국민의힘 “야당몫 강탈”
안양시의회 민주당 소속 후반기 의장과 상임위원장단이 불법선거 논란으로 직무가 정지(본보 15일자 1면)된 가운데 민주당이 이번엔 단독투표를 강행, 자당 의원을 후반기 부의장으로 선출했다. 다수당인 민주당이 최근 행안부 유권해석에 의해 여당 임시의장을 선출할 수 없게 되자 애초 야당 몫으로 배정했던 부의장을 힘의 논리로 차지한 모양새여서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안양시의회는 24일 제260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를 열고 민주당 소속 최병일 의원을 후반기 부의장으로 최종 선출했다.
이날 민주당은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전원 퇴장한 가운데 단독으로 투표를 진행, 만장일치로 최 의원을 부의장으로 선출했다.
앞서 시의회 여야는 공석상태인 후반기 부의장 선출을 놓고 협상을 벌여 국민의힘에 부의장을 맡기기로 하는 한편 선거진행을 위한 본회의(24일) 개최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음경택 의원을 부의장 후보로 추대하고 지난 23일 정견발표 신청을 마쳤다. 그러나 민주당 측이 애초 여야 합의사항을 뒤집고 돌연 최 의원을 부의장 후보로 내세우면서 여야 갈등이 촉발됐다.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대표단 교섭을 통해 국민의힘에 부의장을 맡기기로 협의해 놓고 민주당이 사전 논의 없이 자당 의원을 부의장 후보로 내세우는 꼼수를 부렸다”며 “민주당은 야당 몫인 부의장을 강탈해가는 천인공노할 우를 범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민주당은 전체 13명의 의원 중 12명이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과 부위원장, 당대표와 부대표 등 의회직을 독점해 시민이 부여한 의회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다”면서 “민주당은 안양 시민과 공직사회, 야당 등에 석고대죄하고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도 보도자료를 내고 “의장의 직무 역할은 여당이 하는 게 당연하다”며 “국민의힘 측이 양당 합의를 파기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협상과정이었을 뿐 합의 내용에 대해 공식적으로 서명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의장 선출에 따라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시민들을 위한 추경예산안을 25일 본회의에서 정상적으로 통과시킬 것”이라면서 “의회 정상화를 위한 첫걸음이 시작된 만큼 시민에게 관심과 사랑받는 의회로 거듭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의회 민주당은 후반기 의장선거에서 후보 이름을 쓰는 위치를 시의원별로 지정한 사실이 드러나 불법선거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법원이 후반기 의장과 상임위원장단 등의 직무정지를 명령하면서 사실상 의정공백 상태가 됐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의장직무 대행을 위한 임시의장을 자당 의원으로 선출하려 했으나 행안부가 ‘의장직무 대행으로 임시의장이 아닌 부의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으면서 불발됐다.
안양=한상근ㆍ박준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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