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 무렵
그 때, 먼 불빛들이 총총했다 찾아가기 까마득한 어둠 속
한기가 희끗희끗 소름 돋았고
뒤척이는 저녁은 너무 길어 추웠다
첫 서리에 더욱 붉어진 홍시 서넛,
삐뚜름하지 않아 아직 식지 않은 달빛이 환했고
지붕에 주저앉은 호박넝쿨은 엉켰으나 따뜻했다
엉킨 넝쿨을 풀면 몇 볼트의 전류가 흐를 것 같은 밤.
누구를 부르다 지쳐버린 마른 잎사귀를 펴면
강물 소리에 흔들리는 몸들은 몹시 아팠다
문고리가 오고 있는 겨울로 식어가고 흙냄새로 뒤척이는
사람의 귀가 쉬 구부러졌다
그게 삶이거니 했다
박복영
전북 군산 출생.
1997년 <월간문학> 시 당선, 2014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2015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천강문학상 시조 대상, 성호문학상 등을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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