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후회

후회

때론

개망초 꽃처럼 수수함으로

이곳저곳 어디서든 튼실한

자생이 부러울 때도 가슴 밑면

도사리고 있지만

붉은 혈연 같은 저 장미의 완전 무장한

가시들의 무기가

잠시 스쳐 지났을 뿐인데

내 손에 피가 흐르고 난뒤

아름다움 속엔 피고름 나는

아픔이 자란다는 걸 보았다

아는 듯 모르는 듯

슬그머니 땅거미 차오를 때

내 온몸으로 장미 같은 붉은

인연의 연결고리 만들어

오작교 같은 그리움만 키워

내던 날

이젠 그 여운마져 낯선 기호들로

더듬이게 하는

때늦은 후회일 뿐,

 

손순자

충북 영동 추풍령 출생.

<농민문학> 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국제PEN한국본부 회원.

한국농민문학회 홍보위원장 겸 운영위원.

한국현대시인협회•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시집 <철쭉꽃의 반란>‚ <빨간 풍차 그 찻집>

한국농민문학상•세종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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