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한 사람도 결국에는 지친다

최근 불쑥 찾아와 좀처럼 떠나지 않는 코로나19로 모든 국민, 아니 전 세계가 전염병의 공포와 팬데믹(pandemic)을 경험하고 있다. 또한 이 전염병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마저도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두려워하는 코로나19에 맞서 최전선에서 대응하고 있는 소방관의 업무현장은 감염의 위험에 높게 노출되어 있고, 그들의 불안감과 업무 과중도 또한 매우 높다.

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되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앞서, 숨이 막힐듯한 감염보호복을 장시간 입고 응급처치와 이송을 하여야 하고 탈의할 때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니 여러모로 고생이 아닐 수가 없다.

나의 안전보다 타인의 안전을 위해 앞장서는 영웅이자 우리들의 슈퍼 히어로를 위해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해주어야 할까.

경기도는 어느 시도보다 다양한 사건 사고를 경험하고 이겨내며, 지난 4월 3일 소방공무원으로 구성된 전국 최초 소방공무원 동료상담팀 ‘소담’을 운영하고 있다.

‘소담팀’은 심리상담사 특채로 임용된 직원과 구급대원으로 입사해 심리상담 석사과정을 이수한 직원으로 구성됐다.

현장활동 중 부상이나 순직 등이 발생한 경우 72시간 내 응급개입하는 긴급심리지원 프로그램과 소방공무원이 경험할 수 있는 업무특성을 이해하고 접근하는 동료상담 및 개인별 특성에 맞춘 스트레스 해소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한다.

전국 9천여 명을 대상으로 심신안정 예방교육과 동료상담을 진행하여 다른 시도의 모범이 됐으며, 각 시도본부에서도 내부 심신안정팀을 구성하기 위해 경기도 ‘소담’을 벤치마킹했다.

또 ‘소담’은 동료의 심리안정과 무거운 짐을 잠시라도 대신 들어주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항상 동료와 함께 걸어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모든 현장활동을 하는 소방관은 고위험군이며 그들도 누군가의 남편, 아내이자 부모이며 자식이다.

소방관이 건강해야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듯이 동료의 심신건강을 위해 고민하고 함께하는 우리 ‘소담’도 소방 내부에서 중요한 존재일 것이다.

외부에 훌륭한 전문기관들이 많이 있음에도 소방관들은 강해야 한다는 국민의 믿음을 져버리지 못해 힘들고 아파도 혼자 삭이고 참는다.

이에 우리 내부조직인 동료상담팀 ‘소담’이 직원들을 찾아가 힘든 부분을 꺼내어 해소하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이야말로 건강한 소방관을 통해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에 앞으로의 ‘소담’의 행보가 기대되는 바다.

코로나 시대에도 심리방역이 필요하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으니 시간이 걸려도 코로나19는 결국에 종식될 것이다.

그때까지 힘들어도 조금만 참고 견뎌내야 한다. 미래의 인류에게 코로나19와 다른 어떤 전염병이 다시 찾아올지 모를 일이다.

우리는 코로나19를 교훈 삼아 구급차 내 감염방지를 위한 새로운 방법과 더불어 소방관의 심신건강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한 가지는 ‘소방관은 슈퍼 히어로지만 그들도 누군가의 가족이고, 강한 사람도 결국에는 지친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우리 소방은 건강한 소방관을 통해 국민의 안전에 제일 먼저 앞장서는 조직이 되고자 노력을 다할 것이다.

조인재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본부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