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치가 초강세를 이어가고 있어 원ㆍ달러 환율이 1천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외부문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요인이 크다. 바이든 후보 당선으로 미ㆍ중 갈등과 관세인하 완화 가능성이 높아 원화와 위안화 강세요인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대응을 위해 시장에 대규모 유동성 공급이 됐고, 경기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재정 적자는 더욱 증가하고 연준의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바이든의 향후 임기 4년 동안 기후변화에 대응해 2조 달러를 투자한다는 대선 공약으로 재정 적자 가능성이 높아 달러 가치 하락으로 원화와 위안화의 가치는 높아진다. 1차 지지선인 1천100원이 무너질 수 있다.
미국이 대규모 부양책과 완화적 통화정책 지속으로 당분간 달러 회수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으로 달러 약세는 위안화 강세로 이어지고, 원화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중국 위안화는 최근 6.58 위안까지 상승했다. 원ㆍ위안 상관관계는 0.7로 상회하고 있으며, 이는 대 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아 동조화 현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위안화에 대해 중국 경제가 코로나19의 충격에서 빠르게 회복되며 견고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입증,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미국 달러화 약세가 장기화하고 있어 위안화 자산 매력 확대에 따른 해외투자자 유입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위안화 강세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환율은 임계치를 넘어서 하락하면 그 충격이 배가되는 비선형적인 특성이 있어서 대외부문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코로나 사태로 내수가 증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외부문의 위축은 우리나라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최근 3년간 임금 비용 인상과 주 52시간 제 시행으로 우리나라의 상대적 단위노동비율이 상승해서 향후 국제경쟁력이 약화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의하면 원ㆍ달러 환율이 1% 하락하면 수출은 0.51% 감소한다. 문제는 환율 수준을 조절하기 위한 적절한 정책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미국에 의해 환율 운용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돼서 외환시장 개입을 위한 운신의 폭이 크지 않다. 일본 엔화와 달리 원화가 국제 통화가 아니어서 통화정책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다. 원화 가치 상승은 수출기업의 수익성을 약화시키므로 수출기업은 종래의 양적 수출 전략에서 벗어나 제품의 고부가가치화와 지식 축적을 통한 생산성 향상으로 수익성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 또 원화 수출 비중을 높임으로써 원화 강세에 따른 수출 채산성 약화를 완화할 수 있도록 원화 채권의 해외 발행을 통해 원화의 국제화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각종 연기금, KIC 등 국부 펀드, 그리고 민간의 해외 투자 확대를 통해 환율 하락을 저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외환시장 자본 유출입 및 환율의 변동이 커질 것에 대비해 외환 시장 안전망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외화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 과 같은 외환 부문 건전성 규제 강화, 외환 보유액 적정수준 유지 등이 필요하다.
경상수지 흑자 발생 시 공기업 대외 채무 상환으로 종합 수지 적정 관리와 거주자 외화예금 운용 폭 확대로 거주자 외환 예금 증가 유도해 외환시장의 원화가치 절상 압력을 완화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환율전쟁에 대비해 수출선 다변화로 수출감소를 막아야 한다.
김기흥 경기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