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대추

대추

                                        최지원

 

 

쪼글쪼글해지니

여기저기

불려다닌다

늙어서야

제대로

대접받는 대추

사람보다 낫다.

 

늙은 대추, 주름져야 더 값진 生

보면 볼수록 대추는 참 못생겼다. 우선 웬 주름이 그리도 많은지! 성한 곳 하나 없이 쪼글쪼글한 게 어디 가서 고생만 실컷 하다 온 게 틀림없다. 그런데 참 묘한 게 그 주름투성이 늙은 대추가 인기 만점이다. 전통찻집에 가면 대추차가 인기고, 삼계탕에는 으레 대추가 들어가야 맛이 난다. 어디 그뿐인가? 한약에도 대추는 상비약재(常備藥材)다. 그러니 견과류 가게에 가면 인기를 끌 수밖에. ‘쪼글쪼글해지니/여기저기/불려다닌다’. 맞다! 세상엔 이런 경우도 다 있다. 젊었을 적엔 별 볼일 없던 대추가 쪼글쪼글해져서야 불려다니니 말이다. ‘늙어서야/제대로/대접받는 대추//사람보다 낫다.’ 시인은 대추를 보면서 슬며시 부끄러웠을 것이다. 대추는 늙을수록 값이 오르는데 사람은 늙을수록 값이 떨어지니 말이다. 부끄러운 건 시인만이 아니다. 요 시를 읽었다는 M교수는 폰으로 문자를 보내왔다. “윤형, 나도 동감이오. 우리 인간들은 왜 늙을수록 값이 떨어지는지. 지금 내 얼굴이 대추보다 더 붉소!”. 나는 즉시 M교수에게 답장을 보냈다. “에이, 그렇다고 해도 사람이 대추보다야 낫지! 시인은 가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니까.” 문자를 보내고 거울을 보니 내 얼굴도 대추보다 더 붉은 게 아닌가.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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