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틀렸다. 어느 개그맨의 어록처럼 시작은 시작일 뿐이다. 고양시는 이미 많은 것을 시작했지만, 멈춰 있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고양시는 시작했던 것들을 다시 시작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지지부진했던 고양일산테크노밸리는 지난 6월 행정안전부의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하며 사실상의 모든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고 드디어 내년 첫 삽을 뜨게 됐다. 고양시 최초로 도시첨단산업단지로 지정받아 기업유치에도 날개를 달았다.
킨텍스 제3전시장도 4년 만에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을 통과하며 건립을 확정 지었다. 제3전시장까지 완공되면 킨텍스가 아시아 6위권, 세계 20위권의 국제전시장으로 우뚝 서게 된다. K-컬처밸리로 추진됐던 사업도 경기도와 최종 합의를 마치고 CJ라이브시티로 이름을 바꿔 달며 새로운 동력을 얻었다. 국내 최대 규모인 4만2천석의 초대형 공연장이 고양시에 들어서 전 세계 K팝 팬들을 한자리에 모을 것이다.
고양시는 이 대형 사업들을 확실히 추진하기 위해 미래예산 약 4천억원을 적립했다. 민선 7기가 출범한 지 1년 반 만에 일궈낸 성과다. 고양일산테크노밸리는 계획보다 2년 앞서 사업비를 전액 마련했고, 킨텍스 제3전시장도 60% 넘게 확보했다.
시작점에서 잔뜩 웅크려 있던 대형 사업들이 올해 제 모습을 드러내고 힘차게 뛰기 시작했다. 빠르면 내년부터 고양의 경제지도가 바뀌는 모습을 현실로 보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새롭게 짓고 부수는 것만이 시작일까? 시작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의 첫 단계를 이루는 것이다. 기존의 것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남다른 영감을 더해 가치를 키우는 것도 변화를 만드는 시작이 될 수 있다.
고양시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5개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교외선의 추억이 담긴 舊 능곡역은 ‘능곡 1904’로 리모델링해 문화플랫폼으로 탈바꿈시켰다. 집수리 뉴딜사업의 대표격인 삼송동은 노후주택 40호의 새 단장이 끝나면 마을에 활력과 온기가 넘칠 것이다. 1980년대 청춘들의 아지트이자 음악인·문인들의 사랑방이었던 백마 화사랑(숲속의 섬)은 추억의 모습 그대로 시민에게 돌아왔다. 평화와 인권의 상징인 전 김대중 대통령이 청와대 입성의 꿈을 이룬 고양시 사저도 내년 기념관과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장소로 거듭난다.
기존의 것을 무턱대고 바꾸려 하지 않고 원형 그대로 보존하면서도 미처 발견하지 못한 고유의 가치를 발견해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는 노력, 또 그 역사와 가치를 현 세대와 공유하려는 고양시의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과거와 현재를 넘어 미래의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것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고양시는 킨텍스 주변 C4부지의 오피스텔화를 막기 위해 매각을 전면 중단하고 30년간 미래용지로 남겨두는 조례를 제정했다. 군과 손잡고 전체 군사보호구역 중 21.9㎢에 달하는 20%를 해제하며 군사보호구역 규제도 완화했다. 사라질 위기에 놓인 공원들을 되살리고 녹지를 보존하기 위해 공원 매입도 추진하고 있다. 이 노력들이 빛을 발해 고양시의 미래를 탄탄히 뒷받침할 것이다.
2020년, 우리는 코로나19에 맞서 쉼 없이 달렸다. 들려오는 코로나 백신 소식에 희망을 품고 올해와는 다른 2021년을 꿈꾸고 있다. 이제 남은 한 달, 다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할 때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 고양시는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이재준 고양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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