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일 전부터 한파와 폭설에 대비하라는 예보에도 부실한 대처로 경기지역 곳곳에서 교통 혼잡과 사건ㆍ사고가 잇따랐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뒤늦게 공무원 수백명을 동원해 제설작업에 나섰지만, 이미 도로는 꽁꽁 얼어버린 뒤였고 결국 인재(人災)가 아니냐는 시민들의 질책이 이어지고 있다.
7일 경기도와 수도권기상청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9시를 기해 경기도 전역에 한파경보가 발효됐다. 또 수원ㆍ화성ㆍ용인 등 25개 시군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졌다. 오전 4시 대설주의보가 해제될 때까지 도내 적설량은 광주 16.2㎝, 과천 15.6㎝, 성남 14.6㎝, 용인 12.3㎝, 오산 11.1㎝, 수원 10.6㎝ 등으로 나타났다. 오전 6시 기준 기온은 영하 15~17도를 보였으며 매서운 칼바람으로 체감 온도는 영하 20도 안팎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밤새 엄청난 양의 눈이 쏟아졌지만 제설작업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최악의 도로 상황이 펼쳐졌다. 오전 6시30분께 수원역 앞 광장교차로의 차량들은 시속 20~30㎞로 거북이 운행을 이어갔고, 도로는 명절을 방불케 할 정도로 차로 가득 했다. 도로 위 눈이 얼어붙자 경기도청 방면으로 좌회전하는 차량들이 줄줄이 미끄러졌고, 스노 체인을 장착한 차량도 빙판길에선 속수무책이었다.
화성시 영천동 동탄2신도시에 거주하는 은자영씨(36ㆍ여)는 끔찍한 출근길을 경험했다. 오전 7시께 동탄 일대는 전혀 제설이 되지 않은 상태였고 집을 나서 5분이면 도착하는 기흥IC까지 50분 가까이 소요됐다.
은씨는 “우여곡절 끝에 수원에 진입했지만, 역시나 제설이 안 된 상태였다”며 “수원시 장안구에 위치한 회사까지 50분이면 도착하는데 오늘은 점심시간이 다 돼서 도착했다”고 토로했다.
곳곳에서 크고 작은 사고도 잇따랐다. 은씨의 증언대로 제설작업이 미흡했던 수원에서는 전날 오후 9시45분께 수원역 고가 부근 오르막길에서 미끄러진 시내버스가 정차해 있던 그랜저 차량을 찌그러트렸고, 연달아 차량 4대가 충돌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해가 떠오른 뒤에도 신속한 제설작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영통구 중소기업지원센터 삼거리 곳곳에서 차량들이 멈춰버리기도 했다.
성남에서는 오전 10시께 폭설로 분당구 정자동의 100세대 규모 오피스텔이 정전됐고, 수정구 산성동 변전소삼거리부터 남한산성으로 향하는 도로가 통제됐다.
도로가 아수라장이 되다 보니 출근 인파가 대중교통으로 몰렸지만, 잇따른 고장으로 혼란은 계속됐다. 오전 7시25분께 수도권 지하철 1호선 구간에서 외대앞역을 지나던 소요산행 열차가 멈춰 섰고, 오전 7시50분께 서울 지하철 4호선 길음역을 지나던 당고개행 열차가 고장 나 운행이 중단됐다.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정확한 원인은 조사 중이지만, 한파로 열차 출입문과 선로 전환기 일부가 얼어붙으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안양시 만안구 자택에 차량을 두고 지하철로 출근에 나선 이가영씨(28ㆍ여)는 “동대문역의 회사까지 50분이면 도착했는데 앞선 열차가 고장나면서 3시간 가까이 걸렸다”며 “타고 있는 열차도 가다 서다를 반복하거나 문이 열릴 때마다 눈보라가 몰아쳐 곤욕을 치렀다”고 했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까지 눈길 낙상과 교통사고 등으로 17명이 다쳐 구조됐다. 오전 5시30분께 광주시 퇴촌면에선 60세 여성이 미끄러진 차량에 치여 다쳤고, 낮 12시30분께 용인시 기흥구에선 빙판길 낙상 사고를 당한 41세 남성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위험천만한 빙판길은 며칠간 계속될 전망이다. 8일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23도, 9일 최저기온은 영하 21도로 기온이 더 떨어지겠다. 영하 15도에선 도로 위에 염화칼슘, 염수 등을 뿌려도 녹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기온이 높은 낮 시간대를 이용해 조속한 도로 정비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기상청 관계자는 “차가운 대륙 고기압이 크게 확장하면서 강한 북서풍과 함께 당분간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빙판길이 해소될 때까지 교통 안전에 유의하고 어린이나 노약자, 야외 노동자는 한랭 질환에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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