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폐천(以掌蔽天).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는 뜻의 고사성어다. 조금만 살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뻔히 속 보이는 일을 하고 당치 않는 명분만 내세우는 행태를 꼬집는 말이기도 하다. 나라의 전문가가 추진하는 정책을 비전문가인 기자가 봐도 곧바로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다면 이 정책은 문제가 있다는 것일 테다.
환경부 등이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공사)를 통해 14일부터 90일간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전체 시·군·구를 대상으로 수도권매립지 대체매립지 공모에 나선 것을 두고 드는 생각이다. 환경부 등의 ‘꼼수’가 너무 눈에 띄는 탓이다. 일단 대체매립지를 공모하고, 실패하면 다시 인천 서구에 있는 매립지를 계속 쓰자고 할 속내가 들여다보인다.
우선 공모 조건이 좋지 않다. 현재매립지와 별반 다르지 않은데다 소각시설까지 들어선다. 가뜩이나 내 집 앞에 매립지가 들어선다고 하면 주민 반발이 뻔한 상황에서 소각시설까지 넣는다고 하면 그 누가 좋아할까. 조금 어렵게 말하면 매립지만으로도 주민 수용성이 떨어지는데, 소각장까지 넣는다면 주민 수용성이 더욱 떨어진다는 것은 어린아이도 알 정도다.
다른 점은 특별지원금, 즉 인센티브 2천500억원이다. 작은 기초자치단체의 1년 예산에 달하는 매우 큰 자금이다. 하지만 매립지를 유치하는 대가로 충분할지 의심이다. 진정으로 수도권매립지의 대체매립지를 찾겠다면 공모 조건을 매우 좋게 내걸어야 하는 게 상식적이다. 환경부 등이 이 같은 상식을 모를 리 없다.
과연 이번 공모에 신청할 지자체가 있을까. 없을 확률이 매우 높을 것이다. 만약 있다고 해도 주민 반발 등을 우려해 정체(?)를 밝히지도 못할 것이다. 마치 2017년 대체매립지 후보지를 찾는 용역을 해 놓고도 그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고 서랍 속에 넣은 것처럼.
그럼에도 환경부 등은 왜 이번 공모를 이런 식으로 할까. 공모라도 해 놓고 실패해야 나중에 대체매립지를 못 만드니 수도권매립지를 계속 쓰자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일 테다. 여기서 인천 시민의 발목을 잡을 2015년 환경부와 수도권 3개 시·도가 한 4자 합의에 담겨 있는 독소조항이 나온다. ‘대체매립지 조성이 불가능해 대체매립지가 확보되지 않은 경우 수도권매립지 잔여부지의 최대 15%(106만㎡) 안의 범위에서 추가 사용한다’는 단서조항이 그것이다. 당시엔 4자 합의를 이뤄내고자 어쩔 수 없이 담았을 그 조항 하나가 지금 수도권매립지 연장 사용을 원하는 환경부 등에게 빌미를 주는 것이다.
앞으로 인천시가 환경부 등의 이 같은 꼼수에 대응할 전략이 궁금해진다. 다만, 지금의 원칙, 즉 쓰레기는 버린 곳에서 처리하자는 그 원칙을 계속 유지했으면 한다. 이는 바로 수도권매립지로 인해 수십 년간 고통 받아온 서구 주민을 위한 것이며, 수도권의 쓰레기장이란 불명예에서 벗어나기 위한 인천시민을 위한 원칙이기 때문이다.
박남춘 인천시장이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올린 글이 기억에 남는다. ‘인천은 우리 아이들과 미래세대에 짐을 떠넘기지 않겠습니다’라는 글이.
이민우 인천본사 정치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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