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에는
꼭 갈 곳이 없어
지하철 노약자석에 앉아
철 지난 꽃철을 흐뭇하게 그리워하는 사람은
추억의 낡은 외투 깃을 세우고
눈 덮힌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보라
뿌드득 뿌드득
구수하게 속삭이는 추억의 소리에
길 건너 광화문 옛 골목
허름한 유리문이 흔들리는 대폿집에서
혼술 한잔을 해보라
눈 오는 날에는
낡은 외투가 그렇게 애처롭지는 않으리라
정순영
경남 하동 출생. 1974년 <풀과 별>로 등단.
시집 <시는 꽃인가> <사랑> 등 8권.
부산문학상, 한국시학상 외 다수 수상.
부산시인협회 회장, 국제PEN한국본부 부이사장,
동명대학교 총장, 세종대학교 석좌교수 역임. <4인시>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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