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기회의 땅, 미얀마

미얀마 상황이 연일 지면을 채우고 있다. 54년간의 군부 통치에서 벗어나 민주화의 뿌리가 내리기도 전에 다시 군부로 회귀한 것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미얀마에 대한 각국의 이해가 달라 국제사회는 아직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얀마 문제는 글로벌 패권을 다투는 미국과 중국의 이해에서 봐야 한다. 중국은 독보적 1위의 미얀마 투자국이자 미얀마 총 교역액의 35%를 차지하는 최대무역국으로 경제적 이해관계가 크다. 또한, 인도차이나반도의 남서해안 2천800를 끼고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미얀마는 중국의 입장에서 대서양 진출의 관문으로 중동의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 자원과 막대한 수출입물량의 물류루트가 될 수 있다. 중국이 그토록 공들이는 해상 일대일로의 완결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에 미국은 미얀마와의 경제교류 규모는 작지만, 정치적으로는 미얀마 민주화의 최대 지원국으로 이번 군부쿠데타로 인해 미얀마가 친중국화 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미국은 민주화 가치와 더불어 전략적으로 중요한 이 지역에서의 미국의 영향력을 지키려고 한다. 올해 발효를 앞둔 중국 주도의 메가(mega) FTA인 역내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 (RCEP)에 맞서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우선주의에 밀려 잠시 내려놓은 다자주의 경제블록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다시 꺼내어 미국 주도의 판을 짜려는 것도 대응의 일환이다.

한편, 우리 기업의 미얀마 진출은 패권국들이 풀어가는 어려운 방정식과 다르다. 우리는 이미 미얀마가 속해 있는 아세안과 FTA를 체결하고 있고, RCEP의 회원국이기도 하다. TPP에도 적극적으로 가입해 정상적인 기업의 경제활동을 하면 된다. 단기적으로 혼란은 있겠지만, 미얀마의 개방 기조는 유지될 것이다. 어떤 정부도 자국 경제성장의 당위성을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저렴한 인건비와 풍부한 인력을 쫓아 봉제와 의류를 시작으로 일반 제조업과 서비스 산업까지 우리 기업의 미얀마 투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개방 이후 한국 상품과 국가인지도가 전체 1,2위를 다툴 만큼 높아진 한류 프리미엄 덕분에 미얀마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수출기업이 늘고 있다. 필자도 공공부문에서 지원 사업을 만들어 달라는 도내기업의 요청을 받고 있다.

미얀마는 우리 기업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아세안의 마지막 남은 기회의 땅이다. 그동안 미얀마가 개방과 민주화의 토양에서 힘겹게 성장시켜온 경제 환경과 여건이 군부쿠데타로 훼손되지 않기를 바라본다.

이계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글로벌통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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