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봄은 봄의 소리를 듣는다

추운 날 굳게 닫힌 두꺼운 코트를 벗고

여유 만만하게 봄을 만끽할 꽃향기 축제는

곧 한 꺼풀 얇아진 옷깃 사이로 오리라

저 칼바람 속 짙게 얼어붙은

아픈 뿌리를 내밀고 대지를 뚫고 오르는

꽃샘바람의 파편이 아직 쌀쌀한데

오늘 아침 임산부가 얇은 옷을 갈아입고

진통을 겪고 있다

따뜻한 진통 뒤에 다가올 젖은 눈물

고통을 수줍게 감추며 평안하고 경이롭다

한 꺼풀씩 곱게 짜여진 사랑으로

풍성히 캐어 담길 향기로운 눈물

봄은 봄의 소리를 스스로 귀담아 열심히 듣는다

겨우내 무채색의 어둠을 이겨내며 견뎌온 것은

오늘의 길을 살갑게 열어가기 위해서라고

봄을 낳는 임산부는 연둣빛 따뜻함을 덧입히는 봄처럼 기도한다

아기가 세상에 나와 해야 할 산적한 일들

마음 깊은 믿음과 신뢰를 심고 싶다고 다짐하는 듯 하다

올봄은 지난해 숱한 사연 다 떨치고

아름다운 추억들 새록새록 달고 가면 좋겠다

 

▲ 1983년 대중가요 조용필의 ‘친구여’로 작사가 데뷔 이후 ‘여행을 떠나요’ ‘그대 발길 머무는 곳에’ 등 다수 발표.<월간 詩> 공감 시인상 수상.

하지영

1983년 대중가요 조용필의 ‘친구여’로 작사가 데뷔 이후 ‘여행을

떠나요’ ‘그대 발길 머무는 곳에’ 등 다수 발표.

<월간 詩> 공감 시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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