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詩 ‘천년 은행나무 아래서’를 읽으며…

“꽃은 며칠, 잎은 한철, 그러나 뿌리로 천년”

한 시간 출근길 시골버스 안에서 멍하니 라디오를 듣는다. 쪽잠이라도 청하려 시집을 넘기다 ‘천 년 은행나무 아래서’라는 시의 첫 소절에 눈길이 멎는다. 용문사 은행나무를 본 시인의 소회인 듯하다. 하루하루 통근하며 ‘꽃은 며칠, 잎은 한철’의 일상적 삶에 허덕이는 평범한 직장인인 나로서는 ‘천 년의 뿌리’를 보는 시인의 통찰과 삶에 대한 관조가 경이롭다.

우리나라 선거사는 1948년 5월10일 제헌국회의원선거를 기점으로 80년을 향해가고 있다. 4년에 한 번 치러지는 전국동시지방선거, 국회의원선거나 5년에 한 번인 대통령선거는 천 년 은행나무에 비하면 ‘꽃의 며칠’ 정도의 세월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오는 4월7일 경기도에서 실시 예정인 구리시 광역의회의원보궐선거와 부천시·파주시 기초의회의원보궐선거는 서울ㆍ부산시장 보궐선거라는 큰 나무에 가려, 시인이 아닌 시민의 눈에 사소하고 작게 느껴질 것이고 이는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모든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는 프랑스의 역사학자 알렉시스 드 토크빌의 말처럼 민주주의는 시민의 관심과 참여라는 자양분을 먹고 자라는 나무와 같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우리 국민은 험난한 역사의 파고 속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압축적으로 발전시켜온 DNA를 가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갑작스럽게 발생한 코로나19라는 세계적 위기 속에서도 자발적 관심과 참여로, 지난해 국회의원선거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선거 모범국 국민이 바로 우리의 자화상이다.

이번 4ㆍ7 보궐선거는 2022년 실시될 대통령선거 및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앞서 민심을 가늠할 지표로 작용할 수 있는 중요한 선거다.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도 유권자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후보자의 정책과 공약을 꼼꼼히 따져보고 투표하는 유권자의 시민의식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성장의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는다.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도 선거라는 천 번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우리 민주주의 역사가 천 년 은행나무의 뿌리처럼 튼튼하고 아름답게 이어지기를 소망해본다. 먼 훗날 후손들이 우리 민주주의 역사를 시처럼 노래할 수 있도록. 천 년 은행나무 아래에 서서 한 번 더 시를 되뇌어본다.

“천 번을 꽃이 되고, 잎이 되고, 열매가 되며 지켜온 세월은 바람처럼 흔들리며 햇살처럼 쏟아져 내려 옹이진 나무 속에 쌓이고 쌓였다”

이시원 여주시선거관리위원회 선거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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