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이자 제한법, 약인가 독인가

정부는 최근 법정 최고 이자율을 연 24%에서 20%로 4% 낮추고, 하반기에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20% 이자 제한법은 약인가 독인가. 최고금리, 낮추면 무조건 좋을까?

최고금리 인하가 취지와 달리 오히려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금리가 법적으로 20% 아래로 내려간다고 하면 위험 있는 기업이나 사람은 돈을 못 빌린다는 뜻이며, 고금리 대출이 현재 유지되고 있는 이유는 위험이 높으면 높은 대로 자금이 들어갈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금리 결정은 위험요소에 의해 결정돼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전체 평균위험 수준이 줄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20%로 낮춘다면 금리 암흑시장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 금융사는 부실 비율을 고려해 이자를 계산하는데 부실 비율이 높으면 이자를 높게 받아야 손실을 안 보는 구조이며 금리를 강제적으로 낮춰 책정하면 금융사에서도 손실을 피하기 위해 서민들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을 수밖에 없다. 결국 법정 이자율을 무리하게 낮췄을 때 대출 문턱이 높아져 취약층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게 된다. 20% 최고금리는 실현할 수 없는 금리이며 포퓰리즘 정책으로 개선이 절실하다.

첫째, 서민들에게 더 낮은 금리의 포용적 금융을 제공하려면 대부업의 자금조달원도 다양화해서 조달 금리를 낮추는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금융위는 최근 대형 대부업 중 자격 요건을 충족하는 업체에 자금 조달의 인센티브를 주는 대부업 프리미엄 리그를 하반기 도입하겠다고 예고했다. 조달비용은 그대로 둔 채 무리한 최고금리 인하는 저신용 저소득 계층이 제도권 금융대출을 받는 것을 어렵게 해 연평균 111%의 초고금리와 불법추심이 횡행하는 불법 사채시장으로 추락하게 하는 요인이 되므로 신중해야 한다.

둘째, 대부업계 스스로도 신뢰회복을 통해 대부업의 부정적인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대부금융이 과거의 사채가 아니고 서민금융의 중요한 한 축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종래와 다른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재탄생하는 쇄신 노력도 필요하다. 서민들이 대부금융을 친근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새마을금고나 신용협동조합처럼 고객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잘 모르고 사채를 사용하고 있는 시장 상인들에게 다가가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서민들에게 다가가는 홍보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셋째, 지금은 디지털 혁명시대다. 대부금융도 예외가 아니다. 모바일 앱으로 친근하게 모바일 고객에 다가가고 빅데이터를 사용한 신용분석 등으로 부실비율을 낮추면 같은 조달 금리에서도 대출 금리를 낮출 수 있는 여건으로 대출환경이 개선될 수도 있을 것이다. 경영혁신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넷째, 현재 저성장ㆍ저금리ㆍ저인플레이션 상황을 감안하면 최고금리를 낮출 여지는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최고금리를 일정 부분 낮췄을 때 불법 사금융으로 몰리는 이들이 얼마나 될지 정교한 실증적 검토가 필요하다. 100억원 미만 중소형 대부업체들은 20%의 법정이자율로 손익을 맞출 수 없어서 7~8등급 저신용자들은 담보 없이 신용대출을 받는 것이 불가능하다. 시중은행 중금리 대출도 20%가 넘는데 이자를 20%로 제한한다는 건 비현실적이다.

시장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나 현재의 정책은 시장을 무시하고 계획경제하듯이 선의로 포장된 정책이 시장메커니즘을 죽이고 대다수 국민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김기흥 경기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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