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야생동물피해방지단이 동탄에서 포획한 멧돼지 사체를 봉담에 매몰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지면서 봉담 주민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수질오염 등을 우려하는 봉담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화성시의회 경제환경위원회는 매몰지 현장점검을 벌여 시 관련 부서에 철저한 진상규명까지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15일 화성시 등에 따르면 시 야생동물피해방지단은 지난해 2~3월, 11월 동탄(신동ㆍ중동)에서 잡은 멧돼지 사체 4마리를 20여㎞ 떨어진 봉담읍 왕림리 한 야산에 소유주 동의를 받고 묻었다.
멧돼지가 잡힌 동탄지역 야산 주인이 매몰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표준행동지침은 멧돼지를 포획한 장소에 매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잡힌 곳이 매몰 장소로 적합하지 않거나 사유지일 경우 다른 장소에 묻을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동탄에서 포획된 4마리 모두 ASF 검사 결과 음성이 나왔다.
이 같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봉담 주민들은 지난해 12월부터 “동탄에서 잡힌 멧돼지를 봉담에 묻는 건 말이 안된다”며 집단 반발하고 있다.
봉담 주민들은 지역 커뮤니티 등을 통해 매몰지로부터 불과 500여m 떨어진 곳에 봉담 상리배수지가 위치, 수질 오염 등도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결국 주민들은 시의회에 민원을 제기, 시의회 경제환경위 엄정룡ㆍ최청환ㆍ김홍성ㆍ조오순ㆍ차순임 의원이 지난 11일 봉담 매몰지를 현장 방문했다.
이날 시의원들과 시 관련 부서 직원들은 매몰지를 직접 파 멧돼지 사체 1구를 발견했다.
이 과정에서 시의원들은 야생동물피해방지단이 실제 묻지 않은 멧돼지 사체를 마치 매몰한 것처럼 허위 보고, 보조금을 수령했을 수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 시의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엄정룡 의원은 “봉담을 지역구로 둔 의원으로서 이번 사태에 대해 유감스럽다”며 “이번 현장 확인에서 풀리지 않은 의혹이 반드시 해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미흡한 행정으로 불편을 겪은 주민들에게 죄송하다. 앞으로는 예산을 확보, 사체를 소각 또는 렌더링 방식으로 처리하겠다”며 “현장점검에서 발견하지 못한 사체에 대해선 책임지고 진실을 밝히겠다”고 해명했다.
한편 지난해 화성지역에서 포획된 멧돼지는 28마리로 모두 ASF 검사 결과 음성으로 판정됐다.
화성=박수철ㆍ채태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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