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음 들리더니 순식간에 연기 가득
공사 진행 中…스프링클러 설치 미완료
준공 예정일 지난 탓에 안전관리자 無
“펑펑 폭발하는 소리가 나더니 삽시간에 연기가 뿜어져 나왔어요.”
남양주시 다산동의 주상복합단지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한지 불과 2주 만에 같은 동네의 오피스텔 신축 공사현장에서 재차 불이 나 1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공사가 진행 중이라 스프링클러는 설치가 완료되지 않았고, 준공 예정일을 넘긴 탓에 안전관리자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오전 11시23분께 남양주시 다산동의 오피스텔 신축 공사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건물은 지난해 10월 사용승인을 받은 지하 6층~지상 19층 규모의 오피스텔(243가구ㆍ상가 32실)로, 내달 초 준공을 앞두고 분양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오후 2시께 연기가 잦아들자 흉측해진 건물 외벽이 드러났다. 도로를 바라보는 정면부는 모두 검게 그을렸고, 측면부의 패널들은 껍데기처럼 듬성듬성 떨어져 나간 모습이었다.
화재 현장 바로 옆에서 정비소를 운영하는 A씨(60ㆍ여)는 “펑펑 터지는 폭발음이 3~4번 들리더니 새까만 연기가 치솟았다”며 “불길이 건물 밖으로 새어나오자 불에 탄 건축 자재들이 우박처럼 쏟아졌다”고 설명했다.
그의 정비소 앞에는 가로ㆍ세로 4㎝ 규격의 검은 ‘돌’ 같은 것들이 여럿 흩뿌려져 있었고, 화초는 잎이 검게 타버린 상태였다.
또 다른 목격자 B씨(52ㆍ여)는 “건물 상층부에서 ‘여기 사람 있어요’라고 외치는 걸 봤다”며 “연기가 한 번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더니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번졌다”고 했다.
이날 불이 난 곳은 경의중앙선 도농역을 기점으로 지난 10일 대형 화재가 발생했던 주상복합단지의 맞은 편에 위치해 있다. 불과 2주 만에 같은 동네에서 화재가 잇따르자 주민들은 불안감을 내비쳤다.
화재 현장을 지나던 C씨(68)는 “계속 불이 나는 걸 보니 굿이라도 해야 하는 건지, 동네에 마(魔)가 낀 것 같다”며 혀를 찼다.
화재는 오후 1시35분께 완진됐으며, 오후 2시33분께 인명검색이 종료됐다. 소방 당국은 오피스텔 2층(건물 5층)에서 용접 작업 중 불이 난 것으로 추정 중이다. 해당 건물은 지상 3층까지 상가시설, 그 위로는 오피스텔이 있다.
사고 당시 건물 안에선 작업자 60여명이 준공 전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었지만, 스프링클러는 설치가 완료되지 않았다. 또 지난달로 계획됐던 준공 예정일을 넘긴 탓에 현장에 별도의 안전관리자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60대 에어컨 설치 기사 1명은 열기(熱氣)를 피해 뛰어내린 뒤 상가시설 옥상 부근(건물 3층)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밖에 연기 흡입 등으로 17명이 경상을 입었으며, 이 가운데 2명은 입원했다.
시공사 측에 안전관리자 상주 여부 등을 묻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현장에 있던 관계자는 “외벽을 타고 불이 번져 마감재가 떨어질 위험이 있다”며 “철거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신효섭 남양주소방서 재난대응과장은 “스프링클러는 배관작업 정도만 돼 있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며 “배관 보온재 등 자재가 적치돼 있어 연기가 다량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재 원인에 대해서는 용접 작업을 비롯해 여러 가지에 가능성을 두고 있으며, 오는 26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찰 등과 합동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은ㆍ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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