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남편 몰래 성관계를 할 목적으로 내연녀의 집에 들어간 불륜남에게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에 관한 공개변론을 열기로 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형법 제319조 제1항은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등에 침입한 자를 주거침입죄로 처벌하고 있는데, 형법상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은 주거권이라는 법적 개념이 아니라 사적 생활관계에 있어서의 사실상 주거의 자유와 평온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사실상 주거의 자유와 평온의 개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가 의문이다. 특히 위 사안과 같이 하나의 주거 공간에 복수의 주거권자가 있는 경우 불륜남이 내연녀의 승낙을 받아 평온하게 내연녀의 집에 들어간 이상 그것이 내연녀 남편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주거의 자유와 평온이 깨졌다고 볼 수 없을까. 이에 대해 기존 대법원은 동거자 중의 1인이 부재중인 경우라도 주거의 지배관리관계가 외관상 존재하는 상태로 인정되는 한 불륜남이 내연녀의 승낙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남편의 주거에 사실상 평온을 깼다고 봐 불륜남의 주거침입죄를 인정한 바 있다(대법원 1984년 6월26일 선고 83도685 판결).
그런데 최근 울산지방법원은 불륜남이 주거의 사실상 평온을 해할 수 있는 행위 태양으로 들어간 것이 아니라 공동거주자 중 한 명인 내연녀의 승낙을 받고 평온하게 집에 들어간 것이므로 주거를 침입한 것으로 볼 수 없고, 또한 부재중인 남편의 추정적 의사 유무가 사실상의 주거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주거침입죄 성립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며 불륜남의 주거침입죄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2020노147).
위 울산지방법원 판결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인 사실상 주거의 자유와 평온의 개념을 관념적 요소를 배제한 지극히 사실적인 개념으로 파악한 것으로 보이는데, 필자로서는 이를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주거침입죄에 있어서 하나의 주거공간에 복수의 주거권자가 있는 경우 사실상 주거의 자유와 평온이 깨졌는지는 복수의 주거권자 전체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며, 또한 복수의 주거권자가 언제나 하나의 주거 공간에 함께 있을 수 없는 현실에서 사실상 주거의 자유와 평온이 깨졌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 주거권자의 추정적 의사라는 관념적 요소를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륜남이 내연녀의 승낙을 얻어 평온하게 집에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남편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는 것임이 분명한 이상 불륜남의 주거침입죄는 성립된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대법원의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한다.
서동호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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