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임대주택 등록제 이대로 괜찮은가

임대주택 등록제가 거의 폐기 수순을 밟고 있는 듯하다. 임대주택 등록제는 1994년에 민간 전월세주택에 거주하는 임차인의 주거안정을 지원할 목적으로 처음 도입됐다.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임대의무기간, 임대료 증액, 임대차계약 신고 등의 공적규제를 받는다. 대신 정부는 등록임대주택에 대해 취득세ㆍ재산세감면,종부세합산배제,양도ㆍ임대소득세감면등 세제혜택을 준다.

2004년에도 경제장관간담회를 통해 임대주택 활성화 방안(11.12대책)을 발표했다. 전체가구의 46%에 달하는 임차가구에게 안정적인 거주가 보장되는 주거공간을 제공해야 하는데, 2000년 기준으로 임차가구의 86%가 민간 전월세 시장에 거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임대주택사업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2017년 정부 출범 당시에는 이러한 기조를 이어갔다. 그러나 1년도 지나지 않아 정책기조가 흔들렸다. 2018년 9.13대책, 2019년 12.16대책을 거치면서 등록임대주택사업자에게 부여했던 양도세, 종부세, 취득세, 재산세 등 다양한 혜택을 줄이고 대출기준은 강화했다. 지난해 7.10대책에서는 기존 등록임대(4년, 8년 아파트매입)의 최소 임대의무기간이 종료되면 등록임대주택 지위를 자동 말소하기로 했다.

임대주택 등록제에 대한 정부의 태도변화는 임대주택 공급물량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 2019년에 총 공급된 임대주택은 40만5천호다. 이 중에서 공공은 14만호(35%), 민간은 26만5천호(65%)를 공급했다. 2018년 51만4천호보다 21% 감소한 물량으로 공공은 22%, 민간은 21%가 감소했다. 반면에 임대주택 등록제를 권장했던 2017년에는 임대주택 물량이 30%, 2018년에는 41%까지 증가했다.

특히 민간임대주택은 2012년 이후에 연간 10만호 이상 등록됐고, 2017년에 22만6천호, 2018년에 33만4천호까지 증가했다. 이는 주거안정이 보장되는 공적규제 임대주택 증가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는 2018년부터 시작된 임대주택 등록제에 대한 규제 강화로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임차인은 비제도권 임차시장에 의존해야 한다. 최근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의 전격적인 도입으로 재계약에 성공한 임차가구는 앞으로 2년간은 더 살 수 있지만, 그 이후에는 시장가격으로 임차주택을 구해야 한다. 주거불안을 잠시 2년 뒤로 미뤄 둔 것뿐이다.

이러한 가구는 약 600만가구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2019년 기준으로 자가를 제외한 임차 및 무상가구는 약 850만가구다. 여기에 외국인가구 50만가구를 합치면 전체 약 900만가구가 비자가가구다. 이들 중 약 304만가구가 공공임대(166만호)를 포함한 등록임대주택에 살고 있다. 비등록임대주택에 살고 있는 약 600만가구의 어려움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임대주택 등록제의 후퇴가 가져오게 될 부작용이다. 비등록 민간임대주택을 공적규제가 적용되는 제도권 등록임대주택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 많은 임차가구가 주거안정을 보장받을 수 있다. 민간임대인과 임차인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상생 대안이 마련돼야 지속 가능한 주거안정을 실현할 수 있다. 누군가의 피해를 담보로 한 제도는 지속될 수 없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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