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 물류창고 화재 그후] 화재 현장 인근 업체들 고통은 누가 해결하나

사진=조주현기자
지난 5월19일 시흥시 정왕동의 한 물류창고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 모습. 조주현기자

“그날 이후 새벽에 눈을 뜨면 차라리 꿈이길 빌고 있습니다.”

9일 오후 3시께 시흥시 시화호수로 310-45 생필품 보관창고. 이곳에서 만난 차성기 트리플코포레이션 대표는 “당사자는 사과 한마디 없고 상식에 반하는 법이 무슨 소용이냐”며 하늘만 쳐다봤다.

현장에는 아직도 흉물스럽게 휘어진 철골 구조물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현장 잔해물 처리가 미뤄지면서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이곳에선 지난달 19일 오후 2시12분께 대응1단계가 발령되고 소방헬기까지 동원된 대형 화재(경기일보 5월20일자 6면)가 발생했다. 부처님 오신 날 오후 물류창고에서 난 불은 방송, 언론에 요란하게 대서특필됐다.

그로부터 20여일이 지났지만 차 대표를 비롯한 불이 난 물류창고 인근 업체에 대한 피해 보상 등 논의 조차 없는 상황이다.

화재현장 바로 옆 직물원단 납품업체 트리플코포레이션 마당에선 차성기 대표와 직원들이 그으름이 낀 팔레트 세척작업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들은 화재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공장에 출근, 그으름과 세척 등 아직도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차 대표는 그날 화재로 공장 벽면과 지붕이 모두 타버려 3억4천만원 정도 손실이 발생했다. 직물원단 피해도 6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차 대표는 “피해도 피해지만 화재 이후 누구하나 찾아와 사과 한마디 없고, 소방서나 경찰서 등에 문의하면 화재원인을 조사 중이라는 답변만 되풀이, 화병이 날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사고현장 옆 또다른 업체인 STM의 박영운 대표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박 대표는 보험처리 이전에 공장가동이 우선이기 때문에 자비를 들여 타버린 공장건물을 다시 짓고 있다.

이 비용에만 1억4천만원이 들어갔다. 공장에 있던 와인더(종이 감는 기계)는 13억원에 달하는데 물을 먹어 사용이 가능할지도 불투명하다.

박 대표도 “공장 가동을 위해 사비를 들여 공장건물을 수리하고 있다”며 “사정은 이런데도 사고 당사자는 사과 한마디 없고, 당국의 수습책은 전무하다”고 호소했다.

시흥시 관계자는 “현행법상 이들 간접 피해 업체에 중소기업 육성자금 이자 지원 정도 밖에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시에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더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시흥=김형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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