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2층 배전판 옆 콘센트에서 스파크 포착…전기적 요인 추정
빼곡히 적재됐던 가연물 한꺼번에 우르르…삽시간에 건물 삼켜
이천의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큰 불이 나 건물 전체를 집어삼켰다. 초기 진화 이후 잔불 작업에 나섰던 구조대장은 다시 커진 불길 속에서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
■ 초진 이후 다시 붙은 불, 왜 커졌나
17일 오전 5시36분께 이천시 마장면 덕평리에 위치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불이 났다. 소방 당국은 지하 2층 창고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일보가 화재 발생 당시 현장에 있던 작업자를 통해 단독 입수한 영상을 보면 지하 2층 천장에 부착된 배전판 옆 콘센트에서 연기와 함께 스파크가 발생하는 모습이 확인된다. 이 스파크가 창고 안에 쌓여 있던 박스, 비닐류 등 가연물로 옮겨가면서 불이 났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경찰도 전기적 요인에 의해 화재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한편 불길이 잡히는 대로 정밀 감식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초진 이후다. 오전 8시19분께 ‘초진’ 판정이 내려지며 화재가 진화되는가 싶었지만, 오전 11시30분께 상황은 급변했다. 지하 2층 창고 내 철제 선반에 빼곡히 쌓여 있던 가연물들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면서 다시금 불길이 크게 치솟은 것이다.
재확산 이후 화재 진압은 좀처럼 진척을 보이지 못했고, 결국 건물 옥상까지 번졌다. 사고가 발생한 쿠팡 덕평물류센터는 지하 2층~지상 4층 규모(9만여㎡)로 전국 쿠팡 물류단지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다. 그만큼 방대한 양의 물류가 쌓여 있었고 이 때문에 불길이 계속 번졌다는 분석이다.
■ 돌아오지 못한 구조대장, 동료들의 뒤 지켰다
불길이 다시 번지기 시작했을 당시 현장에는 구조 및 진압을 위해 광주소방서 소속 구급대원 5명이 투입됐다. 화재가 다시 확산될 기미를 보이자 대원들은 곧바로 대피했지만, 오전 11시45분께 현장 밖으로 나온 인원은 4명이었다. 팀을 총괄했던 구조대장 A 소방경(54)은 미처 물류창고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5인 1개조로 움직이는 소방대원들의 경우 통상 팀을 지휘하는 위치에 있는 리더가 팀원들을 뒤를 지킨다. 이 때문에 A 소방경은 동료들을 먼저 앞장세우다 자신은 불길 속에서 대피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탈출한 대원 중 한 명인 B 소방위(47) 역시 과도한 연기 흡입으로 중상을 입었다. 통상 연기 흡입은 경상으로 판정되나, B 소방위의 경우 연기를 마신 정도가 심각한 탓에 서울 한양대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 결국 건물 전체 집어삼킨 화마(火魔)
소방 당국은 인력 367명과 펌프차 등 장비 129대 등을 투입, 지하 2층에서 타오른 불길을 저지하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오후 6시를 기점으로 불길은 상층부로 번지기 시작했고, 이로부터 약 1시간 만인 오후 7시께 거대한 창고가 모두 불길에 휩싸였다. 벽을 이뤘던 철제 패널들은 종잇장처럼 허공에 휘날렸고, 잔재물은 반경 1㎞ 떨어진 표교리, 오천리 시가지까지 날아갔다.
한편 쿠팡 덕평물류센터는 신선식품을 제외한 일반제품을 취급하는 곳으로, 쿠팡을 통해 유통되는 국내 물량의 상당수를 담당한다. 이렇듯 규모가 상당한 탓에 당분간 배송 지연을 비롯한 물류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물류창고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작업자 248명은 불이 난 직후 모두 대피했으며, 부상자는 나오지 않았다.
김정오ㆍ김태희ㆍ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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