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백령도 결항 평균 71일… 대체 교통수단도 없어
기재부, 중복투자 우려 등 문제 삼아 사업 10년째 제자리
“오늘 집(뭍)으로 돌아 갈 수 있겠죠?”
서해 최북단 섬인 인천 옹진군 백령도에 출장을 온 A씨(45). A씨는 뭍으로 나가야 하는 지난 26일 새벽 일찌감치 일어나 휴대전화에 인천연안여객터미널 운항 현황을 띄워놓고 눈을 떼지 못한다. 안개 등 인천의 기상 상태에 따라 백령도로 들어오는 배의 출항 여부가 수시로 바뀌기 때문이다. 기상 상태가 나빠 배가 못 뜨는 상황이면 운항현황에 빨간 글씨로 ‘통제’라는 글이 적혀 있다.
같은 날 오전 6시40분 기준 인천 먼바다의 가시거리가 고작 500m 안팎에 불과해 백령도를 오가는 여객선 2척이 인천항에 묶여 있다가 예정시간인 오전 7시50분께 어서야 안개가 걷혀 겨우 출발했다. 자칫 안개로 인천항에서 배가 뜨지 못했으면 A씨는 이날 꼼짝없이 발이 묶일수 밖에 없다.
앞서 지난 20일에는 짙은 안개로 하모니플라워호, 코리아킹호, 옹진훼미리호까지 모두 뜨지 못하면서 주말을 맞아 백령도를 찾은 관광객 수백여명이 일요일에 뭍으로 나오지 못하고 발이 묶이기도 했다. 백령도 여객터미널에서 만난 여행객 B씨(29)는 “주말을 이용해 1박2일로 친구와 여행을 왔다”며 “4시간이나 배를 타고서 겨우 백령도 땅을 밟으니 너무 기쁘고 설레인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당장 내일 배가 떠서 인천으로 나갈 수 있을지가 너무 걱정”이라고 했다.
A씨는 “백령도에 출장왔다가 계획대로 제때 뭍으로 나가지 못한 일이 부지기수”라며 “이번엔 꼭 나가야 할 개인사정이 있었는데, 배가 통제 상태에서 풀려 정말 다행”이라고 했다. 이어 “새벽부터 2~3시간 동안 지옥과 천당을 오간 느낌”이라며 “백령도엔 기상에 큰 영향을 받는 배를 대체할 백령공항이 필요하다”고 했다.
백령도에 사는 주민과 오가는 여행객의 이동권을 위한 백령공항 건립이 절실하다.
27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인천항~백령도 항로의 결항은 지난 2017년 60일, 2018일 72일, 2019년 64일, 지난해 88일 등 평균 71일에 달한다. 5일 중 1일은 배가 뜨지 못하는 셈이다. 게다가 백령도를 오갈 유일한 길이 편도 4시간 이상 걸리는 뱃길이다보니 현실적으로 1일 생활권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시와 군은 10년 전부터 백령공항 건설 사업을 추진해왔다. 사업비 1천740억원을 들여 백령면 솔개지구에 25만4천㎡ 규모 부지에 50인승 비행기가 오가는 활주로(1.2㎞)·착륙대(1.32㎞)를 짓는 사업이다.
백령공항 예정 부지는 광활한 간척지로 현재 논과 밭 등으로 쓰이고 있다. 이 곳에서 만난 한 주민은 “평소 배를 타다 급할 땐 비행기를 타고 뭍으로 나갈 수 있도록 빨리 백령공항이 생겼으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지난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에 들어가지 못하며 첫발을 떼지 못하고 있다. 기재부는 다른 지방공항의 실적 부진, 그리고 용기포신항 건설 등 중복투자 우려 등을 문제 삼았다.
이 같은 기재부가 제기한 문제들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백령공항이 다른 지방공항과 달리 소형 공항인데다 사업성이 높기 때문이다. 앞서 국토교통부의 사전 타당성 조사에서 백령공항 건설 사업의 비용 대비 편익(B/C)이 2.19(기준치 1)로 나왔다.
특히 백령도가 여객선 이외에 대채 교통수단이 전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용기포신항 건설과 중복투자라고 보기도 힘들다. 앞서 정부는 울릉·흑산도에 신항을 지었는데도 각각 공항 건설 예타를 통과시키기도 했다.
시는 백령공항 건설이 백령도 ‘평화의 섬’ 프로젝트를 추진하는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 등이 점박이물범과 국가지질공원 등을 보러 백령도를 많이 찾으면 지역 경제활성화는 물론 북한의 도발 등에서 벗어난 평화의 섬으로 재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는 이를 위해 백령도에 관광단지를 만들어 대규모 리조트와 내국인 면세점, 외국인전용 카지노 등까지 조상할 계획이지만, 백령공항 건설 사업이 멈춰서 덩달아 제자리걸음인 상태다.
심효신 서해3도 이동권리 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주민의 교통권을 보장받기 위해선 3천t급 여객선 운항과 백령공항이 꼭 필요하다”며 “백령공항은 국가 안보 차원에서도 백령도와 중국을 잇는 매우 중요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이민우·이민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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