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세권 인덕원이 뜬다…너도나도 인덕원 모시기?

네이밍 변경이 추진 중인 안양시 평촌삼성래미안 아파트. 노성우기자

유흥가 이미지가 강했던 안양 인덕원이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면서 ‘인덕원 프리미엄’ 까지 더해지고 있다. 기존 지하철 4호선이 지나는 데다 월판선과 인동선에 이어 GTX-C노선까지 품게 되면서다.

쿼드러플 역세권 개발호재가 겹치며 집값 상승이 현실화되자, 그간 말만 무성했던 인근 아파트단지들이 앞다퉈 인덕원 모시기에 나섰다. 서로 아파트 이름에 인덕원을 붙이겠다는 것이다.

안양에서 평촌이 지고 인덕원이 뜨자 격세지감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다.

28일 안양시 등에 따르면 동안구 평촌동 삼성래미안 아파트는 지난 24일부터 30일까지 아파트 명칭 변경 추진을 위한 주민 공고문를 내걸었다. 이름을 기존 ‘평촌’삼성래미안에서 ‘인덕원’삼성래미안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GTX-C노선 인덕원역이 확정되면서 인덕원 지명도가 높아지고 경기남부권 교통요지로 부각됨에 따라 아파트 명칭 변경으로 자산가치를 높이자는 취지다.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는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원안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평촌역과 가까운 평촌더샵센트럴시티 아파트는 더샵인덕원센트럴시티로 네이밍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사진=노성우기자)
평촌역과 가까운 평촌더샵센트럴시티 아파트는 더샵인덕원센트럴시티로 네이밍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노성우기자

일부 반대하는 주민들도 있지만 찬성하는 주민들이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구분소유자 80% 이상이 동의하면 건축물대장 표시변경을 통한 아파트 명칭 변경이 가능하다.

관양동 소재 평촌더샵센트럴시티 아파트도 명칭 변경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거리상으로는 평촌역이 더 가깝지만 최근 인덕원역이 주목을 받으면서 이번 기회에 이름을 바꾸겠다는 심산이다.

아파트 관계자는 “(명칭 변경을 위한) 주민동의 절차를 곧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같은 관양동 동편마을3단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또한 지난 25일 인덕원이란 명칭을 사용, 네이밍을 변경키로 결론이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입대의는 다음달 2일까지 명칭 변경을 위한 공모에 나설 예정이다.

인덕원이 뜨면서 인접한 북의왕 아파트들도 덩달아 수혜를 보고 있다. 이곳 역시 인덕원 끌어앉기에 발벗고 나선 모양새다.

인덕원 인근 역세권으로 집값 상승을 이끌고 있는 의왕시 포일동 인덕원푸르지오엘센트로 아파트는 과감하게 포일센트럴푸르지오라는 이름을 버리고 인덕원푸르지오엘센트로를 선택한 바 있다.

의왕 포일숲속마을 4단지 아파트. 이 곳은 최근 인덕원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사진=노성우기자)
의왕 포일숲속마을 4단지 아파트. 이곳은 최근 인덕원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노성우기자

인덕원의 가치를 내다보고 선제적으로 움직인 덕에 최근 주가가 고공행진 중이다.

인근 포일숲속마을 3~5단지 아파트 역시 명칭 변경 추진을 위한 위원회가 꾸려졌다. 의왕 내손동 포일자이 아파트도 지금이 적기라며 인덕원자이를 목표로 주민 동의서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명칭 변경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이름을 바꾼다고 집값이 오르냐’, ‘당장은 인덕원이 핫한 명칭이지만 장기적으로 평촌이 리모델링되고 주목을 받게 되면 다시 이름을 바꾸는 것 아니냐’는 식이다.

주민 이창렬씨는 “애들 소꿉장난도 아니고 이리저리 따라다닐 셈이냐“며 “이 같은 네이밍 변경이 자산가치 상승에 도움이 될까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부동산학회 관계자는 “아파트 브랜드명은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며 “이와 관련된 실증연구도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택가격은 교통의 편리성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며 “교통이 편리한 지역, 지역의 상징성을 반영해서 아파트 이름을 짓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 역시 “자산가치 상승을 원하는 건 주민들의 기본적인 욕구”라면서도 “일반적으로 아파트 이름을 보고 지명을 인지하기 때문에 네이밍 변경의 효과는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의왕 포일자이 아파트는 네이밍 변경을 위한 주민 동의를 받고 있다.(사진=노성우기자)
의왕 포일자이 아파트는 네이밍 변경을 위한 주민 동의를 받고 있다. 노성우기자

안양=한상근ㆍ노성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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