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쪽지

쪽지

                    이준관

외출하는 엄마 주머니 속에

넣어요

“엄마, 빨리 와요”

출근하는 아빠 가방 속에

넣어요

“아빠, 힘내세요”

문 앞에 걸어놓은 우유 바구니 속에

넣어요

“우유 배달 아줌마, 고마워요”

살짝 웃을 때면 생기는

승희 보조개 같은

예쁜 쪽지

 

“고마워요” 마음 담은 예쁜 쪽지

때론 긴 말보다 짧은 글이 ‘마음’을 잘 전달해줄 때가 있다. 요 동시는 아이가 외출하는 엄마에게 그리고 출근하는 아빠에게 또 우유배달 아줌마에게 제 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것도 말로 하는 게 아니라 쪽지로 말이다. 외출하는 엄마에겐 일 빨리 마치고 오라고. 회사 나가는 아빠에겐 힘내라고. 매일 우유를 넣어주는 아줌마에게는 고맙다고. ‘살짝 웃을 때면 생기는/승희 보조개 같은/예쁜 쪽지’. 요 구절이 동시의 백미다. 시인은 쪽지를 승희의 보조개로 표현했다. 아이가 좋아하는 승희의 마음이 되어서. 세상에는 작은 것이 오히려 커다란 효과를 낼 때가 있다. 종을 울리는 것은 주먹만 한 쇠뭉치다. 공항에서 마주친 외국인의 작은 미소가 그 나라의 인상을 좋게 해주고, 길가에 핀 작은 풀꽃 한 송이가 지친 도시민(都市民)의 마음을 위로해 준다. 어디 그뿐인가. 따듯한 말 한 마디가 희망의 노래가 되는 걸 우린 살아가면서 참 많이도 보았다. 코로나로 인해 너도나도 참 어려운 시절이다. 1년을 견뎠는데도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 힘이 되는 말, 희망이 되는 말을 건네자. 승희의 저 보조개 같은 예쁜 쪽지를 돌리자.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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