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인천 영종 ‘공항 회센터’ 소송전에 사실상 폐허로 전락

26일 낮 12시께 인천 중구 운서동 거잠포 선착장 인근 공항 회센터 건물 6개 중 4개가 문을 폐쇄한 채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방치 상태다. 이승훈기자
26일 낮 12시께 인천 중구 운서동 거잠포 선착장 인근 공항 회센터 건물 6개 중 4개가 문을 폐쇄한 채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방치 상태다. 이승훈기자

“여기 장사는 하는거죠?”

26일 낮 12시께 인천 중구 운서동 거잠포 선착장에 있는 공항 회센터. 6개 동의 건물 중 영업을 하는 식당은 고작 2개 동 5~6곳뿐이다. 나머지 건물은 인기척도 없이 텅 비어있다. 점심때인데도 공항 회센터를 찾은 손님들도 3~4팀에 그친다. 넓은 주차장은 활어차 등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 건물 출입구에는 ‘폐쇄’라고 빨간색 글씨가 적힌 안내문과 함께 녹슨 사슬로 굳게 닫혀 있다. 2층에 뚫린 창문 너머로는 각종 전깃줄이 잘린 채 흔들거리고 있다. 바닥 데크는 밟을 때마가 삐걱 소리를 내고 건물 사이엔 각종 쓰레기가 쌓여 악취를 뿜어낸다.

영업 중인 식당이 있는 건물도 현관문은 부서진 채 빗겨 서있고 벽에 붙어 있는 소방시설 점검기록표에 적힌 마지막 유효기간은 지난해 3월12일까지다. 상인 A씨는 “지난해 빈 건물에서 불도 났고 겨울 한파엔 수도관이 터져 물난리도 났다”고 했다. 이어 “영업 중인 상인들끼리 돈을 모아 건물을 고치고 관리하지만 한계가 있다”고 했다.

영종도의 공항 회센터가 사실상 폐허로 전락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상인 등에 따르면 덕교(거잠포)·신불·삼목 주민들은 지난 2007년부터 각자 법인 3개를 만든 뒤, 5천301㎡의 부지에 건물 6개동을 지어 공항 회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부지는 공항공사가 주민의 생계대책으로 제공했다.

그러나 10여년만에 대부분의 상인들은 공항 회센터를 떠났고 이후 5년여 동안 건물은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방치 중이다. 지역 안팎에선 공항공사가 나서 대책마련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공항공사는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 앞서 공항공사는 2017년 6월 토지임대계약이 끝났다며 법인들에게 보상을 조건으로 건물을 비워줄 것을 요구했고, 많은 상인들이 보상을 받으려 이전했다. 이후 공항공사는 내부 검토를 통해 건물 보상은 배임 등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 법인을 상대로 건물을 비워달라는 명도소송을 냈고 법인들은 공항공사를 상대로 지상물매수 청구 소송 등을 제기하는 등 소송전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법원은 2곳의 법인이 낸 소송에서 공항공사가 건물을 보상해줘야 한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고, 나머지 1곳에 대해서는 공항공사의 손을 들어준 상태다. 현재 양측은 모두 항소한 상태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법원의 중재로 건물을 감정평가해 보상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으나 이뤄지지 못했다”며 “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이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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