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미등록 이주아동 외면하나…인권위 “구제대책 보완해야”

국가인권위원회. 연합뉴스

국내 미등록 이주아동이 제도적인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지적(경기일보 2020년 11월20일자 4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법무부에 개선을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3월 법무부에 미등록 이주아동 강제퇴거 중단을 권고했지만, 일부만 수용하고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고 28일 밝혔다.

앞서 지난해 11월 하남에선 베트남 국적 엄마가 세 살짜리 아이를 마구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이는 엄마의 학대로 온몸에 멍이 들고 장기까지 파열됐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미등록 이주아동인 탓에 아무런 의료 혜택을 받지 못했다. 경찰이 나서 본국 베트남으로 출생신고를 한 뒤 외국인 등록을 진행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엄마가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구속된 상태여서 곤란을 겪었다. 더구나 현행법상 이 아이는 치료가 끝나는 동시에 강제퇴거 대상이 된다.

이처럼 미등록 이주아동은 서류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 학대를 당하거나 범죄 피해를 봐도 제도권의 보호를 받기 어렵다. 당시 본보의 문제 제기에 법무부는 불법체류 아동이 학교에 재학 중인 경우 고등학교 수료까지 강제퇴거를 자제하고 있다면서도 졸업 후엔 출국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법무부는 올해 2월부터 오는 2025년 2월까지 불법체류 아동에 대해 조건부 구제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출생 이후 15년 이상 체류하고 초등학교를 졸업한 미등록 이주아동’으로 제한해버린 탓에 2만명으로 추산되는 국내 미등록 이주아동 중 500명(2.5%)만 구제할 수 있다는 게 인권위의 해석이다.

무엇보다 4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탓에 기간 종료 이후에는 체류자격을 갖지 못하는 아동들이 발생하게 되고, 형제자매 사이에서도 법무부의 조건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따라 아이들이 한국과 본국으로 찢어져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인권위 관계자는 “법무부가 일부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구제대책 대상과 운영기간이 제한적인 만큼 인권위 권고의 취지를 제대로 수용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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