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10여분 만에 땀이 줄줄…폭염 속 녹조 현상 방지 사투

28일 오전 양주시 원당저수지에서 한국농어촌공사 파주지사 관계자들이 녹조로 가득한 저수지에  녹조제거제를 살포하고 있다. 윤원규기자
28일 오전 양주시 원당저수지에서 한국농어촌공사 파주지사 관계자들이 녹조로 가득한 저수지에 녹조제거제를 살포하고 있다. 윤원규기자

“안경에 맺힌 땀방울 때문에 초록색으로 변한 저수지가 보이질 않을 정도네요”

경기도 저수지 곳곳에 발생하는 녹조 현상을 제거하기 위해 숨 조차 쉬기 힘든 맹렬한 폭염 속에서 민ㆍ관이 합심해 나섰다.

28일 오전 10시30분 양주시 남면 원당저수지(용량 147만5천톤, 현 저수율 78.3%).

이달 초부터 발생한 녹조 현상으로 이곳의 물은 인근 산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초록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물 위로는 녹조 알갱이들이 둥둥 떠다녔고 저수지 가장자리에는 녹조가 기름띠처럼 형성돼 있었다. 그나마 녹조 현상이 덜 한 곳에는 물고기들이 조금이라도 산소를 더 마시고자 자리를 다퉜다.

이런 모습을 걱정 어린 표정으로 지켜보던 한국농어촌공사 경기본부 직원 3명과 주민 2명은 호스를 이용, 5톤 트럭에 적재된 친환경광역살포기에 녹조제거제를 담기 시작했다. 최고 35도에 육박하는 기온으로 이들의 옷은 10여 분 만에 땀으로 흠뻑 젖었다.

곧이어 트럭에 의해 제방으로 운반된 이 기계는 ‘위잉’ 소리를 내며 방제 작업의 시작을 알렸다. 적재 용량 3톤의 친환경광역살포기는 녹조제거제를 최대 150m까지 뿌릴 수 있는 기계다.

준비 작업 끝에 이 기계는 직경 2m의 살포기로 녹조제거제를 저수지에 뿌렸다. 트럭과 함께 제방을 따라 이동하며 이를 살포하자 저수지에는 마치 물안개가 피어난 모습이 연출됐다. 살포량이 많아질수록 기계 작동 소리는 인근 매미와 귀뚜라미 소리를 모두 집어삼킬 만큼 더 커졌다.

20여 분간 작업을 마치고 공사 직원과 주민들은 또 다른 살포 장소인 원당교로 향할 준비를 했다. 이들의 얼굴에 쓰인 안경은 땀으로 범벅됐고 안경알에는 마스크 속 입김으로 김이 서렸다. 폭염을 피하기 위해 착용한 밀짚모자와 팔 토시는 뜨거운 햇볕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로 인해 작업자들의 얼굴과 팔은 붉게 탔다.

이 같은 고된 노역의 방제 작업은 폭염이 끝나지 않는 한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녹조제거제 살포 효과가 2~3일밖에 안 되는 탓에 폭염이 끝나지 않은 이상 녹조 현상이 또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대일 공사 경기지역본부 파주지사 수자원관리부 부장은 “근본적인 방법은 기존의 물을 다 빼고 다시 채워넣는 것 밖에 없다”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폭염이 하루빨리 끝나길 바라고 있으며 지속적인 방제 작업으로 양질의 농업용수를 공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내 94개 저수지 중 41곳에서 녹조 현상이 지난달부터 중점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녹조 현상은 폭염에 따른 수온 상승으로 남조류가 과다하게 증식하게 되면 발생하는 것으로 악취와 생태계 파괴 등을 유발한다.

이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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