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석수동 주택재개발사업 관련, 토지사용 승낙을 거부하고 무리한 대토 요구를 한 종교단체의 행위는 알박기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알박기는 재개발예정지 금싸라기 땅을 미리 조금 산 뒤 주변 시세보다 높은 땅값을 불러 개발을 방해하거나 개발업자로부터 많은 돈을 뜯어내려는 행위다.
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최근 수원지법 제4-1형사부(재판장 오재성)는 명예훼손 및 모욕 등의 혐의로 기소된 석수2지구 B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 전 위원장 등 2명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각각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판결을 내렸다.
전 위원장 등은 지난 2018년 10월부터 2019년 3월까지 5차례에 걸쳐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 소재 모 종교단체 앞에서 “알박기로 불공정 갑질행태 서민생활 파탄낸다, 불교재단 앞세운 알박기도 포교활동 일환인가, 알박기 갑질행태 서민들만 피눈물”이라는 구호 등을 외쳐 해당 종교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아왔다.
앞서 지난해 1심은 “재개발에 동의할지 여부는 피해자(해당 종교단체)의 자유의사에 달린 것으로 이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위법한 권리행사라고 볼 수 없다”며 “피해자가 알박기를 했다는 피고인들의 표현은 허위사실에 해당한다”고 일부 유죄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2심인 항소심은 지난달 “재개발 추진에 있어 피해자의 동의가 사실상 필수불가결한 상황에서 피해자가 추진위와 대토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가격이 훨씬 낮은 토지를 가격이 훨씬 높은 동일 면적 토지로 대토를 요구한 건 부당한 이득을 취하려 한 것”이라며 “피해자의 이 같은 행위는 알박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들이 피해자와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재개발사업 추진이 어려워지자, 사업동의를 이끌어 낼 목적으로 알박기란 표현을 사용했지만 피고인들이 이를 진실로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며 무죄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해당 종교단체 관계자는 “판결문을 검토해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알박기가 아닌 것을 알박기라고 했다면 잘못된 판결이다.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석수2지구 B지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은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 101-1번지 일원 부지 1만7천520㎡에 460세대의 주택을 건설하려는 사업으로, 그간 추진위와 한 종교단체는 토지사용승낙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이 종교단체는 재개발사업 구역 내 토지 2천314㎡(약 13%)를 소유하고 있다.
안양=한상근ㆍ노성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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