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비봉습지 인근 견본주택 24시간 조명…습지서식 동물들 멸종위기

화성시 새솔동 370번지에 건립된 ‘송산 리안비채’ 견본주택 조명이 멸종위기 동물들의 습지서식에 피해를 주고 있다. 사진은 조명이 환하게 켜진 견본주택. 김영호기자
화성시 새솔동 370번지에 건립된 ‘송산 리안비채’ 견본주택 조명이 멸종위기 동물들의 습지서식에 피해를 주고 있다. 사진은 조명이 환하게 켜진 견본주택. 김영호기자

화성 새솔동에 설치된 견본주택의 24시간 조명으로 인근 비봉습지 서식동물들이 위기에 놓였다.

10일 화성시 등에 따르면 강산건설은 오는 2023년까지 새솔동(송산그린시티 동측지구 EB4~5블록)에 단독형 테라스하우스인 ‘송산 리안비채’(지하 1~지상 3층, 259세대)를 건설할 예정이다. 강산건설은 분양을 위해 새솔동 370번지에 견본주택을 짓고 이달 중순께 문을 열 예정이다.

이곳은 시화호 최상류 비봉습지 건너편이다.

이런 가운데, 견본주택 오픈준비를 위해 지난달말부터 내부조명을 24시간 켜놓으면서 불과 50여m 떨어진 갈대습지에 서식하는 동식물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난 7일 새벽 1시께 견본주택 내부 조명이 환하게 켜져 있었고 건너편 비봉습지 주변은 마치 한낮시간대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견본주택 조명이 습지 바로 옆 하천으로 향해 있는 탓에 물속까지 훤히 들여다 보이고 있었다.

생태전문가들은 이 같은 빛공해가 수달과 삵 등 습지서식 야생동물에게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빛공해가 장기화되면 서식지 내 종구성 변화, 야행성 동물 서식 불가 등으로 생태계 전체가 파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성찬용 한밭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수달과 삵 등은 수면을 통해 멜라토닉을 생성해야 하는데 빛이 24시간 커져 있으면 생성하지 못한다”며 “더욱이 이들 야행성 동물들이 사냥에 실패하거나 천적에 노출되면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강산건설 관계자는 “저녁시간 조명으로 인근 비봉습지 서식동물들이 피해를 보는지 몰랐다”며 “피해를 막기 위해 당장 개선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우선 견본주택에서 나오는 빛의 강도가 기준치를 초과했는지 현장을 직접 확인해봐야 한다”며 “기준치를 초과했을 경우 빛의 강도를 줄이거나 밤에는 조명을 끄게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비봉습지에는 천연기념물 제330호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 수달과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삵 등을 비롯해 너구리, 고라니, 저어새 등 수백종의 동식물이 서식 중이다.

화성=박수철ㆍ김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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