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필수적인 지적·자폐 장애…시설 모자라 수년간 입소 못해
31개 시군 지역별 편차도 극심…부천 149명·과천 37명 ‘4배 차’
“장애인 가족 선택권 확대돼야”
김포시에 거주하는 A씨(65)는 32세 중증 발달장애인(자폐) 아들을 키우고 있다. 3세 이하의 지능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A씨 아들의 경우 혼자서는 식사나 화장실 이용 등 기본적인 생활도 영위하지 못한다.
과거 젊었을 적에는 온종일 집에만 있는 아들에게 바람을 쐬어주고 싶어 매주 단둘이 인천 앞바다를 방문했다는 A씨. 어느덧 환갑이 넘는 나이가 되고, 건강 악화로 인해 투석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A씨는 장애인거주시설이나 복지관 등 아들을 맡길 수 있는 시설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A씨 아들은 3년 넘게 시설 입소를 못하고 있다. 시설 수는 모자른 상황인데, 시설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희망자는 넘쳐나기 때문이다. 입소가 미뤄지는 동안 A씨는 자가 아파트에 입주했음에도 무려 3번이나 이사를 해야만 했다. A씨 가족이 이사한 이유는 ‘우리 아파트에 자폐아가 살면 안 된다’라는 민원이 반복적으로 관리실에 접수돼서다.
A씨는 “자폐장애인은 밤에 꾸준하게 잠을 자지 못해 소란을 피우거나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며 “이웃에게 최대한 피해 주지 않도록 우리 가족은 평생을 1층에서만 살았다. 그럼에도 몇개월 지내면 소문이 퍼져 관리실 통해 불만이 접수돼 한곳에서 1년 이상 살아본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부천지역에 사는 B씨(62) 역시 30대 지적장애인 아들을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B씨의 아들은 도전적(문제) 행동의 빈도가 높아 사람 많은 장소에 데려가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아들을 혼자 내버려두면 불안감을 느껴 의자를 집어던지는 등 물건을 파손하기도 한다. B씨는 “잠깐 집 앞의 슈퍼마켓에 다녀올 때도 혹시나 아들이 도전적 행동을 하진 않았을까 조마조마한 마음뿐”이라며 “아들이 의자나 탁자 등을 던질 수 없게 끈으로 묶어 고정하는 일이 어느덧 일상이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도내 장애인복지시설이 부족한 탓에 발달장애인 가족이 제대로 된 돌봄 지원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10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도내 등록장애인은 56만9천여명으로, 이들 중 7만1천여명이 발달장애인(지적ㆍ정신ㆍ자폐)으로 등록돼 있다.
경증 또는 지체장애인은 주변의 도움과 교육 등을 받으면 일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하지만, 발달장애인은 유아보다 지능 수준이 낮아 보호자가 항상 옆에서 돌봐줘야 한다.
이런 가운데 장애인이 생활하거나 교육 등을 받을 수 있는 장애인복지시설(거주ㆍ지역사회재활ㆍ직업재활ㆍ의료재활ㆍ생산품판매)은 도내 825곳이 운영되고 있다. 도내 시설 대비 발달장애인 수를 비교하면 시설 1곳당 86.63명을 담당하는 셈이다.
더욱이 도내에서도 지역별 시설 인프라 편차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달장애인 대비 시설 수가 가장 적은 부천시(시설당 149.48명)와 반대인 과천시(37.85명) 간 차이는 약 4배에 달했다. 부천시 외에도 광명시(149.36명), 안양시(132.89명), 동두천시(113.75명), 가평군(103.81명), 용인시(102.87명) 등이 등록된 발달장애인 대비 시설 인프라가 열악한 것으로 분석됐다.
경기도장애인복지시설협회 관계자는 “경기도는 전국에서 장애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임에도 관련 인프라가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장애인 가족의 선택권 확대 및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채태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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