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중구가 인천시의 일조권 침해 해소 의견을 무시한 채 한 지역주택사업의 행정 절차를 밟아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때문에 애꿎은 지역주택조합원들만 사업 차질로 인한 피해가 우려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4일 시와 구 등에 따르면 A지역주택조합은 오는 2024년까지 중구지역 내 182개 필지(1만683㎡)에 연면적 7만8천809㎡ 규모의 29층 5개동 644가구 공동주택 신축을 추진하고 있다.
구는 지난 2019년 조합에 사업계획 승인을 내준 뒤, 시와 지구단위계획 변경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다. 시는 지난해 5월14일 구에 일조권 침해를 받을 수 있는 주민과 사전 협의를 하고, 이에 따른 건축계획 변경 등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수립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 사업은 아파트 높이가 95m에 달해 자칫 인근 저층 주택 주민의 일조권을 침해해 집단민원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는 이 같은 시의 의견에도 관련 조치계획 등을 재협의하지 않고 사업 추진을 위한 행정절차를 밟았다. 지난해 9월 시 교통영향평가 심의, 같은해 10월 시 경관위원회 자문을 받았다. 이후 올해 4월에는 시 건축위원회 심의까지 받아냈다. 각 위원회가 담당 업무만을 검토한 탓이다. 구는 이를 토대로 지난 3일에는 시에 지구단위계획 의제처리 적합여부를 협의해달라고 요청했다.
지역주택사업은 통상의 재개발 사업과 달리 행정절차를 간소화하려고 기관 간 협의의견으로 도시관리계획 변경 등을 의제처리한다. 다만 주택법에 따라 기관 간 협의의견은 반드시 사업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이 때문에 시는 구의 지구단위계획 의제처리 적합여부를 반려했다. 교통영향평가·경관위원회·건축위원회 심의 등을 받았더라도 사업 승인의 전제조건인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위한 일조권 문제 등의 해결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구가 왜 우리의 의견을 전혀 수용하지 않고 사업 추진을 위한 절차를 밟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현재로서는 구가 요청한 의제처리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시는 지난 13일 주민 통행 우회, 일조권 감소, 조망권 상실 등 사회적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도시관리계획 결정 절차를 밟으라는 공문을 구에 보냈다.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를 받아보자는 뜻이다.
앞서 지난해 5월 인천도시공사가 진행 중인 송림초교 주변 구역 아파트 신축 공사에서도 일조권 문제로 100억원이 넘는 손실 금액이 발생하는 등 사업에 차질을 빚었다. 당시 인천지방법원은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공익적 목적이 있더라도 사회통념상 한도를 넘는 일조 방해가 있을 것으로 판단, 주민들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기도 했다.
지역 안팎에선 구가 시의 의견을 무시하고 행정절차를 밟은 만큼, 이 사업의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 과정도 오래 걸리는데다, 현재의 높이 계획은 물론 조망권 피해 주민과의 협의 등으로 사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탓이다.
조합은 그동안 구의 행정절차에 따라 사업을 추진했지만, 구가 시의 일조권 침해 의견을 무시한 탓에 사업 차질에 따른 피해를 받게 된 상태이다. 이 때문에 조합 관계자 등은 최근 시를 찾아 당초 계획대로 다음달 중 주택건설사업 승인 절차를 끝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구 관계자는 “시의 의견을 의제처리를 위한 권고사항으로 봤으며, 이 때문에 미반영하고 절차를 진행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후 조합에서 2개 층을 낮추는 등 어느 정도 의견을 수용했다고 판단했다”며 “추가적으로 시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민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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