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길병원 의료진이 암센터에 입원한 환자들이 잇따라 발열·기침·가래 등 코로나19 의심 증세를 보였는데도 검체 검사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이날 길병원 암센터에서 입원 환자와 의료진 등 모두 30명이 무더기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 11일 환자 A씨가 요양병원으로 옮기기 전에 이뤄진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길병원은 이후 같은 층 입원 환자와 직원 등 147명에 대한 긴급 전수검사를 했고 지난 12일 입원환자 9명과 의료진 2명, 보호자·간병인 15명 등 모두 2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중 환자 8명은 백신 접종을 마친 돌파 감염이다.
현재 방역 당국은 길병원 암센터 일부를 폐쇄한 뒤, 암센터에 입원·근무하는 환자와 의료진은 물론 외래 등을 본 환자까지 모두 1천300명을 특정해 추가 검사를 진행 중이다. 이날 오후 5시 현재 4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온 상태이며, 검사 결과에 따라 확진자가 더 나올 가능성도 있다.
특히 방역 당국의 역학 조사에서 A씨는 지난 9일부터 기침 증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입원 환자 중에서는 지난 5일에 기침 증상을 보인 환자가 있었으며, 6일에는 다른 환자가 오한과 발열 증세, 8일에는 또다른 환자가 가래를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의료진은 입원 환자 중 고령자가 많은데다 질병을 앓고 있던 만큼, 이 같은 증상들이 유의미하지 않다고 판단해 코로나19 검체 검사 등을 진행하지 않았다. 만약 지난 5일 기침 증상을 보인 환자를 선제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했다면, 대규모 집단감염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길병원 관계자는 “당시 의료진이 현장에서 코로나19로 의심할만한 증상이 아니라고 봤다”며 “발열이나 기침 등의 증상도 코로나19 때문인지, 종전 질병에 의한 증상인지 모호하다”고 했다. 이어 “그동안 입원 전 코로나19 검사 후에는 추가 검사가 없었지만, 앞으로는 입원 기간에 주기적 검사를 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이날 계양구의 한 정신건강의학전문병원에서는 지난 10일 종사자 선제검사에서 1명이 미결정 판정을 받았지만 이튿날 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방역 당국은 입원 환자와 의료진 등 168명에 대한 전수검사를 한 결과 확진자는 모두 34명으로 늘어났다.
방역 당국은 식사와 수면 등 장시간 함께 생활하는 다인실의 특성상 공간분리가 이뤄지지 않아 이 같은 집단감염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병원 내 입원실 시설개선 등 밀집도를 낮추기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김경우 인제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이번 집단감염 사태는 앞으로 병실 시설이나 운영제도 등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한 이유”라며 “장기적으로 병원 내 감염 위험도를 줄여 안전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시 관계자는 “우선 해당시설에 대해 코호트 격리조치를 내리고 3일 간격으로 선제 검사를 하는 등 강력한 방역조치를 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확산 추이를 모니터링해 추가 대응책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한편, 인천에서는 이날 151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이는 종전 코로나19 최다 확진자가 나온 지난달 19일 153명에 이어 2번째로 많은 수치다.
이민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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