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세계 각국의 치매 관련 보고서를 발표했다. WHO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치매 환자는 5천 500만명이며 매년 약 150조원의 의료비를 소요한다. 특히 가속화하는 인구 고령화로 치매 환자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며, 오는 2030년 치매 환자가 7천8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사실 인구 고령화와 치매에 대한 단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WHO의 발표를 통해 치매라는 문제가 이미 우리의 눈앞에 와있음을 실감한다.
치매는 기억장애를 비롯해 언어장애, 시공간 능력장애, 성격 변화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신경질환이다. 가벼운 기억장애로 시작하지만 중증의 상태에서는 24시간 관리와 보호·감독이 필요하며, 심지어 가족들에 대한 기억조차 지워버린다. 마지막에는 노인을 갓난 아기로 만들어 버린다. 치매가 무서운 이유다.
치매 환자는 일상생활을 보호자에게 의존해야하기 때문에, 환자뿐 아니라 간 병하는 가족들까지 힘겹다. 특히 경제활동을 해야할 사람들이 간병에 매달려 사 회적 손실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의료비를 포함한 치매에 드는 직·간접적 비용은 천문학적인 수준이며 비용은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치매가 사회적 문제 또는 국가적 재난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는 지난 2008년 ‘치매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치매종합관 리대책을 발표했다. 이후 치매관리법 제정, 치매관리종합계획 수립 등 치매를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하고자 했다. 이어 2017년부터는 치매국가책임제를 시행, 중앙치매센터를 필두로 다양한 치매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치매에 대한 접근은 사회전 반적인 관심과 다각화를 요구한다. 지난 8일 프로야구 구단 SSG 랜더스가 인천시 광역치매센터와 함께 ‘치매극복의 날 (9월 21일)’을 알리고, 치매인식 개선을 위해 시구와 시타를 비롯한 다양한 캠페인을 전개했다.
‘야구’와 ‘치매’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라 생각할 수 있지만, 치매는 전방위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긍정적인 변화임에 틀림없다. 현재 치매를 완치할 수 있는 약 은 없다. 그럼에도 제약업계에서는 치매 치료제의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를 지속 하고 있다. IT업계는 치매환자를 위한 인공지능 돌봄 로봇을, 보험업계는 다양한 치매 보험을 출시하고 있다.
다가오는 미래에는 고령 인구뿐 아니라, 1인 가구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들이 치매 환자가 되면 누가 돌볼 것인가? 이에 대한 답변을 지금부터 차근차 근 준비해야 한다.
안상준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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