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2년 전 아픔 묻고… 이젠 희망 돼야지

ASF 발생 2년, 연천 양돈농가 작년 11월부터 후보돈 재입식
7천100여마리 새끼 낳으며 복덩이로… 희망찬 앞날 준비
道, 맞춤 정책 추진… 멧돼지 포획 등 유입요인 선제적 제거

경기도내 양돈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지 2년이 흐른 15일 오전 연천군 전곡읍 한 돼지농가에서 농민이 어린 돼지를 돌보고 있다.조주현기자
경기도내 양돈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지 2년이 흐른 15일 오전 연천군 전곡읍 한 돼지농가에서 농민이 어린 돼지를 돌보고 있다.조주현기자

“‘꿀꿀’ 소리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네요”

국내 최초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지 2년여가 지난 가운데 살처분 조치가 내려졌던 경기북부 양돈농가들에서 재입식이 재개되며 희망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15일 오전 11시 연천군 전곡읍 동산농장. 길이 2.4m, 폭 1.8m 분만사 안에서 새끼돼지 7마리가 어미의 젖을 먹고자 앞다퉈 머리를 들이대고 있었다. 젖먹이에 밀려나 울던 새끼돼지 3마리를 끌어안은 오명준 동산농장 상무(41)는 “아이고 뭐가 그렇게 서러웠어”라며 울부짖는 돼지를 달래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지난 2019년 9월17일. 당시 인근 지역인 파주시 연다산동 한 농가의 돼지가 ASF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은 오 상무는 ‘올 게 왔구나’라고 생각했었다며 그 때를 회고했다.

그의 예상대로 곧이어 연천군에서도 비보가 들렸다. 그 다음 날 백학면에 이어 같은 해 10월 신서면 등 총 두 개 농가에서 ASF가 발생, 연천군 지역 88개 모든 농가에 살처분 행정명령이 떨어졌다.

오 상무는 지난 2019년 11월13일을 자식과도 같았던 1만 마리의 돼지를 눈물로 묻은 날로 기억하고 있다.

슬픔 속 무기력하게 지내던 오 상무는 지난해 11월부터 총 900여 마리의 후보돈(어미돼지 되기 전 단계)이 농장에 들어서며 다시금 마음을 다잡기 시작했다.

영호남 농가에서 이천시 환적장을 거쳐 수백 ㎞ 이동된 이 돼지들로 1년6개월 동안 조용했던 농장에 다시 활기가 찼다. 그동안 분뇨 냄새 문제로 껄끄러운 관계였던 인근 주민들마저도 “그동안 고생했다”며 다독일 정도였다.

6개월 뒤 이 돼지들은 총 7천100여 마리의 새끼를 낳으며 미래를 그릴 수 있는 복덩이가 됐다.

이같은 낭보에 살처분에 참여했던 인근 양돈농가들도 새끼 돼지들을 들여와 기대감 속 조심스럽게 사육을 재개하며 희망찬 앞 날을 준비 중이다.

오 상무는 “비어 있던 사육장에 돼지들이 들어오는 걸 보면서 다시 희망을 찾고 있다”며 “이번 추석만큼은 다소 마음 편하게 보낼 수 있을 거 같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한편 경기도는 ASF으로 인한 농가 피해 최소화를 위해 다양한 맞춤형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도는 ‘예방이 최선’이라는 원칙에 따라 도내 유입요인을 선제적으로 제거하는 데 주력했다. 지난해 10월 강원 화천농가에서 ASF 재발하자 도내 소재 가족농장 2호 1천833두에 대해 선제적 살처분을 실시했다. 또 올해 역시 강원 고성ㆍ홍천 재발 농가와 역학 관련에 있는 도내 농가 53호에 대해 3주간 이동제한 조치, 일일 임상예찰, 정밀검사를 실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와 함께 ASF 중점방역관리지구로 지정된 경기북부 파주, 연천 등 9개 시ㆍ군 양돈농가를 대상으로 내ㆍ외부 울타리 등 8대 방역시설 설치를 도모했다.

여기에 멧돼지 집중 포획을 벌여 개체 수 저감에 힘쓰고 있으며, 멧돼지 ASF 검출지 10㎞ 이내 양돈농가 222호를 대상으로 이동제한 조치, 출하 시 임상·정밀검사 등 특별 관리를 취하고 있다.

이정민ㆍ채태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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