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이슈&현장을 가다] 용인시-평택시 ‘상수원 갈등’… 42년만에 해결 실마리

송탄상수원 수질 개선 용인ㆍ평택시 함께 뛴다
상생협약 … 갈등해결 실마리 마련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송탄상수원보호구역. 용인시 제공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송탄상수원보호구역. 용인시 제공

용인시와 평택시의 진위천을 둘러싼 해묵은 갈등의 시작은 4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79년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과 평택 진위면 경계인 진위천에 송탄취수장이 설치되면서다. 상류인 남사면과 진위면 일대 3천859㎢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것이다. 시설용량 1만5천t의 송탄취수장이 4만여 평택 시민의 식수를 담당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이에 취수지점으로부터 7㎞ 이내는 폐수방류 여부에 관계없이 공장설립이 불가능하고, 7∼10㎞ 구역은 폐수를 방류하지 않는 시설에 한해 평택시의 승인을 받아야 설치할 수 있었다. 용인시는 시 전체 면적의 15%에 이르는 62㎢ 일대에 공장을 지을 수 없거나, 제한된 업종만 건설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렇다 보니 용인시는 ‘수질보전’이란 명목으로 ‘개발제한’이란 족쇄를 채웠다며 이를 해제해달라고 끊임없이 호소해왔다.

지난 6월30일 경기연구원 7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평택호 유역 상생협력 업무협약식에서 (왼쪽부터) 이승재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장, 김보라 안성시장, 백군기 용인시장, 이용철 경기도 제1부지사, 조희송 한강유역환경청장, 정장선 평택시장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용인시 제공
지난 6월30일 경기연구원 7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평택호 유역 상생협력 업무협약식에서 (왼쪽부터) 이승재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장, 김보라 안성시장, 백군기 용인시장, 이용철 경기도 제1부지사, 조희송 한강유역환경청장, 정장선 평택시장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용인시 제공

■ 더욱 대립각 세운 상수원 갈등

평택시는 물 공급과 수질환경보호 등을 이유로 ‘해제 반대’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수십 년 가까이 대립각을 세웠던 용인시의 감정이 폭발했다. 지난 2004년 용인시가 남사면 일대에 지방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했지만, 지방상수도보호구역 수계 상류 방향 10㎞ 이내는 지방산업단지를 지정할 수 없는 규제에 발목을 잡히면서다.

시는 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경기도에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건의했지만, 도는 해당 보호구역 수계 취수장을 현재 평택 시민들이 식수용으로 사용하고 있어 해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아울러 용인 처인구 남사면 송탄상수원보호구역 철폐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선 의견 관철을 밀어붙였다.

이 같은 결정에도 용인시는 선뜻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취수원 관리기관으로써 상수원보호구역의 지정·해제권한을 지닌 평택시의 결정이 절대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송탄상수원보호구역 상류 쪽에는 산업단지가 단 한 곳도 유치되지 못했다.

결국 용인시와 평택시의 상수원 갈등은 정치권으로 번졌다. 지난 2015년 정찬민 전 용인시장이 지역주민 500명과 함께 평택시를 찾아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촉구 집회’를 열었다. 정찬민 전 시장을 비롯해 당시 이우현ㆍ백군기 국회의원도 함께 나서 평택시를 압박했다. 평택시 또한 지자체 간 감정적인 갈등은 지양해야 한다며 용인시에 맞섰다. 평택시의회 유영삼 의원과 환경단체 대표 등 3명이 사과를 요구하며 삭발식까지 감행하면서 양 지자체는 더욱 대립각을 세웠다.

송탄상수원보호구역 안내판. 용인시 제공
송탄상수원보호구역 안내판. 용인시 제공

■ 道-용인시-평택시…갈등해결 실마리 마련

송탄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놓고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한 건 지난 2006년부터다. 경기도가 용인ㆍ평택시와 공동 연구용역을 진행한 것이다. 비록 평택시가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섰지만, 이해 당사자가 처음으로 대화에 응한 셈이었다.

이후에도 경기도를 중심으로 한 지자체 간 협의는 계속됐다. 송탄상수원보호구역 해제와 관련해 상반된 의견이 있던 부분에 대해 경기도와 용인시, 평택시 등이 모두 합의할 수 있도록 공동연구용역을 실시했다.

지난 2015년에는 경기도가 상생협력 토론회를 열어 용인시와 평택시가 수질개선 및 지역발전방안, 안정적인 상수원 확보방안, 상수원 보호를 위한 규제합리화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8년 용인시와 평택시 간 갈등해결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상생협력추진단이 발족해 이해 당사자 간의 의견중재역할을 맡은 것이다. 진위·안성천과 평택호 수질개선 종합대책 수립과 추진, 민·관 거버넌스 활성화를 위한 정책협의회 운영, 상류 지역 합리적인 규제개선 등을 논의해왔다.

상생협력추진단은 1단ㆍ1팀ㆍ8명으로 단장은 경기도가 맡고 용인·평택·안성시가 정책협력관(사무관)을 각각 1명씩 파견하고 자문단은 환경전문가 5~7명으로 꾸려졌다. 이후 지난 2019년 지역주민·전문가·지방의회가 참여하는 ‘진위·안성천 및 평택호 수계 수질개선과 상·하류 상생협력 민ㆍ관ㆍ정 정책협의체’를 구성하면서 갈등해결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지난 6월30일 경기연구원 7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평택호 유역 상생협력 업무협약식에서 (왼쪽부터) 이승재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장, 김보라 안성시장, 백군기 용인시장, 이용철 경기도 제1부지사, 조희송 한강유역환경청장, 정장선 평택시장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용인시 제공
지난 6월30일 경기연구원 7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평택호 유역 상생협력 업무협약식에서 (왼쪽부터) 이승재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장, 김보라 안성시장, 백군기 용인시장, 이용철 경기도 제1부지사, 조희송 한강유역환경청장, 정장선 평택시장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용인시 제공

■용인시-평택시 상생협력 체결

42년을 끌어온 지루한 갈등이 긴 터널을 지나 종착점에 다다르고 있다.

용인시가 나서 지난 6월30일 경기도와 평택시를 비롯해 환경부, 한국농어촌공사 등과 함께 평택호 유역 상생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용인시는 협약에 따라 평택시와 함께 하수처리장을 신설하거나 증설하고 비점오염 저감시설을 확충하는 등 수질개선사업과 함께 생태습지 조성 등 상생협력사업도 추진한다.

그동안 용인 남사읍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송탄상수원보호구역 규제해소를 위해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된 것이다.

수질개선사업 이행단계에 따라 평택시는 수도권정비계획 변경용역과 환경부 승인요청 등 규제 합리화절차를 진행한다. 환경부는 평택호 상류 수질과 수생태계 보전에 대한 지원, 경기도는 수질개선사업과 상수원보호구역 규제완화를 위한 환경부 협의 등을 돕는다. 한국농어촌공사는 평택호 수질개선과 용수확보 등을 위한 사업을 맡는다.

백군기 용인시장은 “협약을 통해 용인시와 안성시는 상수원보호구역 규제를 없애 발전의 토대를 닦고 평택시는 평택호 수질개선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공고한 협력체계를 구축, 상생방안을 실천해 나가자”고 말했다.

용인=강한수ㆍ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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