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의 곰 사육장에서 반달가슴곰 두마리가 탈출했다고 거짓 진술한 농장주가 구속된 가운데 좁은 철창 속에 갇힌 곰들이 물과 음식 없이 하루하루 생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26일 오전 11시께 용인 처인구 천리 곰 사육장.
이곳에선 반달곰 16마리와 사슴 7마리 등이 좁은 철창 속에 갇힌 상태로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농장주가 구속된 지 일주일이 흐르는 동안 이들은 기본적인 음식물 섭취도 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녹슨 철창에 다가서자 곰들은 갑작스런 인기척 탓인지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예민한 반응을 보이던 곰 한마리는 철창에 매달려 탈출을 시도하려는 행동을 취하기도 했다.
사람들의 손길이 오래 타지 않은 듯 철창 속 상황은 심각했다.
철창 안에는 바닥을 드러낸 물그릇들이 널려 있었고, 오랜 시간 쌓인 곰들의 배설물들로 악취가 가득차 있었다.
이 가운데 몸체가 작았던 곰 한마리는 먹이를 제대로 섭취하지 않아 몸을 웅크린 채 겁먹은 모습으로 외지인을 지켜보고 있었다.
특히 곰들은 겨울잠에 들어가기 위해 먹이를 충분히 섭취해야 하지만, 상주 관리인 부재로 곰들에겐 힘겨운 겨울나기가 예고되고 있다.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임에도 야생동물 관리청인 한강유역환경청은 농장주의 사유재산인 곰들을 압수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며, 관할 지자체인 용인시도 야생동물에 대한 관리는 권한 밖이라는 이유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
용인지역 자원봉사단체와 동물보호단체가 도움의 손길을 주기 위해 긴급 급식지원에 나섰지만 임시방편 조치에 불과한 수준이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곰이 개인 사유재산으로 분류되다 보니 적극적인 관리가 미흡하기에 몰수를 주장하고 있지만, 제도적 문제로 어려움이 있다”며 “우선 남아있는 곰들의 생존을 돕기 위해 급식을 지원하고, 노후화된 시설로 안전문제가 예상되는 만큼 안전요원 배치 등을 환경부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용인=강한수ㆍ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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