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행인 오징어게임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무엇보다도 기성세대들은 추억을 생각하고 과거에 놀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옛 추억을 소환한다. 요 며칠 사이에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패딩과 난로들이 등장하고 다가오는 본격적인 겨울을 준비하는 시즌에 접어들었다.
문득 11월 불조심 강조의 달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보니 일제 강점기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일제시대 초기에는 겨울철을 맞아 경무총감부에서 화재예방에 관한 지시를 시달하고 각 관아에서는 이에 따라 주민을 계도하였다. 이때 하달된 지시는 대부분 화기 취급상의 유의점을 강조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소방시설을 갖추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이후 조선총독부 경무국과 소방협회에서는 매년 12월1일을 ‘방화일’로 정하고 각종 화재예방활동을 전개하였으며 지역에 따라서는 12월, 1∼2일을 ‘방화일’로 정하기도 하였다. 1963년 11월 당시 박경원 내무부장관은 불조심 강조 기간이 시작되는 11월1일에 행사를 대대적으로 펼치고 각종 시책을 추진하여 국민의 경화 사상을 고취 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도록 지시하였다. 1967년 1월6일에는 내무부예규 제113호로 ‘불조심의 날(1977년 8월5일 폐지)’이 제정되어 전국적인 불조심 강조의 달 행사를 추진하였다고 한다. 119라는 것은 언제부터 했을까도 찾아보니 ‘한국전기통신 100년사’에 경성중앙전화국 본국의 전화 교환방식이 1935년 10월1일 자동식으로 바뀌면서 서비스번호를 개정하였는데 총 10개의 서비스 번호(114번 등) 중 화재 신고용으로 119번이 있음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 자동식 전화가 일본에서 도입되면서부터 119번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옛날 학교 다닐 때는 학교 운동장에 일렬로 서서 양동이에 물을 담아 옆으로 전달하면서 불을 끄는 훈련도 하고, 손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고 교실에서 밖으로 대피하는 훈련을 한다고 손수건을 준비해오라고 하는데 손수건이 없어서 수건을 잘라서 가지고 갔던 생각도 난다. 미술 시간에는 소방차 그리기와 불조심 홍보 포스터나 표어를 만들어 제출하기도 했고 소방서에서 소방관들이 나와 방수시범을 보일 때면 물줄기 속으로 뛰어다녔던 시절 등 다양한 활동을 한 추억이 떠오른다. 지금은 환경도 좋아지고 각종 시청각 자료와 교육훈련 기자재들이 많아져서 학교 실정에 맞는 체험 및 교육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의무적으로 소방훈련을 해야 하고 교사들과 학생들도 소방안전교육을 받아야 하는 규정도 만들어져서 시대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매년 11월1일에는 소방차들이 사이렌을 울리며 길거리 행진도 하고 소방관들이 피켓을 들고 동네를 돌며 홍보활동도 했다. 건물 벽과 입구에는 불조심 강조의 달이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현수막과 입간판을 세워 사회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국민의 경각심을 고취시키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 조성에도 화재는 끊임없이 발생하여왔고, 최근의 대형화재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현실은 참으로 안타깝고 좀 더 새로운 대책과 시스템의 필요성을 공감하게 된다. 사회가 도시화되고 기계화 및 정보통신의 고도화로 모든 것을 기계와 설비에 의존하는 현실적인 변화는 소방의 시스템 변화와 대응체계에 대한 재점검을 요구하고 있다.
화재 발생의 추억은 아름다운 추억이 아닌 고통과 아픔의 일로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추억을 재소환하는 잔인한 일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우리 집은 불이 날 만한 것들이 없다”, “내가 다 잘하고 있다”는 안전 불감증과 안이함으로 가득 찬 분들을 현장에서 만날 때면 안쓰럽기도 하고 아직도 이런 분이 계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안전은 추억 속에 있는 것도 아니고 현실적인 문제이다. 가정에서부터 직장과 사회 구석구석까지 위험요인은 없는지 살펴보고 구성원들과 함께 추억의 구호를 외쳐봄은 어떤지 제안해 본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자나깨나 불조심”
정요안 성남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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