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의 꿈인 ‘사장님’으로 불렸던 자영업이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때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부터다.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뺏긴 많은 직장인이 생계를 위해 자영업에 뛰어들었다. 일부 직종을 제외하고는 60세 정년은 사문화된 규정이다. 직장인 대부분은 50대, 이르면 40대에 직장을 그만둬야 한다. 자녀가 어리거나, 자녀가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이 어려운 세상이 된 탓에 이들은 가정의 생계를 위해 계속 돈을 벌어야 한다.
하지만 경직적인 노동시장에서 이직은 쉽지 않다. 일자리는 없는데 돈은 계속 벌어야 한다. 그래서 한국의 가장들은 차리기 쉬운 자영업, 특히 음식점으로 내몰리고 있다. 2020년 기준 자영업자는 550만명에 달한다. 취업자 5명 중 1명이 자영업자다. 경제가 발전하면 기업이 늘어나 일자리가 많아지면서 자영업 비중은 줄어들어야 한다. 한국과 경제 수준이 비슷한 선진국들을 보면 자영업자 비중은 대체로 10% 내외다.
자영업이 어렵다. 어렵게 만든 것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다. 자영업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데도 정부는 현실성 없는 대책만 양산해 왔다. 골목상권을 보호한다고 대형마트를 규제했다. 그런데 대형마트가 폐점되면 오히려 골목상권이 사라졌다. 카드수수료 부담 경감도 효과가 거의 없다. 지자체들이 앞다퉈 만든 공공 배달앱은 자영업의 경쟁력과 상관없이 혈세로 유지된다. 특히 이번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전부터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가중시켰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준비 안 된 52시간 근로제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더 나아가 중소기업만 힘들게 했다.
정치적 홍보 수단으로 활용되는 코로나 방역은 자영업자들을 희생양으로 내몰았다. 자영업자가 너무 많아 선진국처럼 지원할 수 없다. 국가 재정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모두에게 돈을 똑같이 나눠줘야 한다는 ‘포퓰리즘’의 기승으로 극심한 고통을 받은 자영업자들에게 더 많이, 충분한 지원도 어려운 현실이다. 국가는 안정적이고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도록 경제 활성화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음식점이 많다고 ‘음식점 총량제’를 주장하는 정치인들이 있다. 직업 선택의 자유도 없는 반인권적 독재국가로,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북한을 연상시킨다. 대한민국 헌법 제15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 국민이 음식점을 할지 안 할지는 개인의 선택이란 것이다.
세상에 경쟁 없는 직종은 없다. 음식점 총량제가 필요하다면 모든 국민에게 ‘직종별 총량제’를 하자는 이야기도 나올 수 있다. 국가가 누구에게 몇 개의 음식점을 어떤 기준으로 허가할지도 궁금하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결혼 총량제’니 ‘출산 총량제’니 하는 주장까지 나올까 봐 두렵다.
국가는 잘못된 정책으로 자영업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면 안 된다. 좋은 일자리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자영업을 선택하도록 만들면 안 된다는 얘기다. 민주주의적 소양과 정책적 능력을 갖추고, 인권을 존중하면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는 ‘진짜’ 지도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은경 경기연구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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