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인의 소개로 주택임대차계약에 관한 법률자문을 하였다.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갱신을 거절하겠다며 선수(先手) 치는 바람에 갱신을 요구할 엄두도 못 내고 어렵게 대폭 인상된 차임을 지급하고 새 임차물건을 구해 살고 있었는데, 약 1년 후 건물등기부와 국토부 실거래가 등 공개된 정보를 살펴보니 임대인이 제3자와 전세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알게 되어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이하 ‘법’)이 보장하는 손해배상을 받고 싶다는 것이다.
개정법은 임차인의 권익을 보호하고자 과도한 시장 개입을 불사하고 파격적인 임차인 대우를 선언했다. 법률이 인정한 사유가 아니라면 임대인은 계약 갱신을 거절하지 못하게 하였고, 만약 정당한 사유 없이 갱신을 거절한 경우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지급해야 할 손해액 산정방법을 세 가지로 제시하면서 그 중 가장 큰 금액을 손해로 인정한다. 실입주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계약 갱신을 거절했지만 제3자에게 임대한 것이 밝혀진 임대인도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첫 번째 손해배상액 산정 방법은 갱신거절 당시의 환산월차임 3개월분이다. 환산월차임이란 임대차보증금을 법령이 정한 금리(근래 약 2.5~2.75%)를 곱해 12개월로 나눈 다음 이를 별도의 월차임과 더한 값을 의미한다. 가령 보증금과 월차임 둘 다 있으면 보증금 환산금액과 월차임을 합산한 금액이 환산월차임이고, 그 3개월분이 손해배상액이 된다.
둘째 방법은 임대인이 제3자에게 임대하여 얻은 환산월차임과 갱신거절 당시의 환산월차임 간의 차액(差額)의 24개월분이다. 임대인이 부당하게 갱신거절 한 경우라면, 새롭게 체결한 임대차계약을 통해 얻을 임대인의 이익의 사실상 전부를 갱신을 거절당한 임차인에게 주겠다는 입법자의 징벌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셋째 방법은 임대인의 갱신거절로 인하여 임차인이 입은 손해이다. 그 ‘손해’가 무엇인지는 향후 판례를 통해 구체화될 수밖에 없고, 임대인 또는 그 직계존비속의 실거주하겠다는 갱신거절 사유에 한하여 적용된다.
둘째 방법에 의할 경우 손해액이 수천만 원을 넘는 등 첫째 방법과 차이가 크다. 그 이유는 최근 부동산 매매가(賣買價)의 급등이 있고, ‘임대차3법’은 민간의 임대차 물건 공급을 위축시키는 내용이기에 결국 물건 품귀로 인한 임대료 상승이 초래되었으며, 법 개정에 발맞추어 보증금의 월세 전환율이 4%에서 2.5%가량으로 낮춰지면서 보증금의 가치가 하락한데다가, 저금리의 지속과 세(稅) 부담의 가중으로 인해 임대인이 보증금 비중을 줄이고 ‘월세(월차임)’를 선호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가령 1억 원의 보증금이 종래 40만 원의 월세로 환산되었다가 대략 25만 원 수준이 되었다.
자문받은 사안은 갱신거절 당시에는 보증금뿐인 임대차계약이었으나, 임대인이 제3자에게 임대하면서 보증금 비중을 1/3 수준으로 낮추는 대신 월세를 대폭 인상한 결과 둘째 방법으로 산정한 손해배상액은 대략 5,500만원에 이르렀고, 첫째 방법에 비해 10배가 넘었다. 개정 법령에 근거하여 산출되는 금액을 요구하는 것이지만, 임대인으로서는 그 절반 수준이라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변경된 법률을 받아들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고 판결이라는 강제력이 불가피할지 모른다.
다만 입법자들이 이런 수준의 손해배상액까지 생각했는지, 또 첫째 방법과 둘째 방법에 따른 산출 손해액의 과도한 차이도 염두에 두었는지 의문이 든다. 둘째 방법과 첫째에 의하면 첫째 방법의 3~4배를 한도로 한다는 캡(cap)을 설정함이 바람직하지 않았을까.
설대석 법무법인 대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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