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탄소, 백열등을 끄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리버무어의 한 소방서에는 1901년에 처음 불을 켠 이래 120년 동안이나 꺼지지 않고 불을 밝히고 있는 전구가 있다. ‘리버무어 센테니얼 전구’로 불리는 이 백열등은 에디슨이 처음 실용화에 성공한 탄소필라멘트 60와트(W)짜리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되어 있으며 지금 현재도 불빛이 생중계되고 있다.

‘발열등 연대기’에 따르면 최초로 백열등을 발명한 사람은 영국의 화학자 험프리 데이비로 1802년의 일이다. 그러나 그의 아크등은 밝기가 너무 강하고 소음과 냄새가 심해서 실용화되지 못했다. 1879년 인류역사에 기념비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토마스 에디슨이 대나무를 탄화한 필라멘트를 이용해 1천500시간 이상 지속되는 전구의 제작에 성공한 것이다.

오늘날 지구촌에서는 백열등이 꺼진 지 오래다. 가속화 되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탄소를 줄이기 위한 인류의 고육지책이었다. 백열전구의 소등은 2007년 선진 8개국(G8) 정상회담에서 결의됐으며, 우리 정부는 2014년까지 백열전구의 퇴출을 선언하였다. 대신에 2020년까지 공공부문에서 엘이디(LED) 조명을 60% 이상 확대할 것을 목표로 삼았다. 1887년 고종황제 앞에서 최초로 불을 밝히고 나서 127년 만이다.

정부는 지난 27일 ‘2050 탄소중립시나리오’와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을 위해 탄소중립위원회가 제시한 두 가지 방안 중 화력발전을 전면 중단하는 A안을 최종적으로 확정하였다. B안은 석탄발전은 중단하되 액화천연가스(LNG) 화력발전을 보조수단으로 활용하는 절충안에 해당한다.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의 경우 현행 26.3%인 감축 목표를 40%로 끌어올려 확정하였다.

이들 목표의 실현을 위해서는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7억2760만t 대비 2030년까지 배출량을 4억3천660만 t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배출원의 부문별 감축을 통해 2018년 배출량의 40%인 2억9천100만 t을 감축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를 토대로 영국의 글래스고에서 10월 31일에 개최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6)에서 국제사회에 탄소중립 이행 의지를 밝힐 계획이다.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생산력의 극대화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장을 밝혀주던 백열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산업화과정과 인간 활동으로 발생한 탄소가 인류로 하여금 20세기 문명을 밝혀온 백열등을 끄게 한 점이 아이러니하다.

안동희 여주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 공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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