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눈물과 기쁨이 교차하고 성공과 실패가 갈리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국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인기를 얻고 있다. 가히 오디션 전쟁이라 표현할 만큼 각종 오디션프로그램에 다양한 배경을 가진 참가자들이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성과 관련된 타민족들의 기록 중 가장 빈번히 나타나는 것이 ‘가무에 능한 민족’이라는 표현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오디션 참가자들의 노래와 연주실력은 가히 놀라움을 넘어 감동을 주고 있다.
오디션프로그램에 많은 참가자들이 몰리고 대중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공정과 서사가 아닐까. 출신, 배경, 학력, 외모 등과 관계없이 참가자들을 평가하는 시청자 참여방식은 불공정한 사회에 대한 일말의 공정함을 부여한다. 또한 참가자 개인의 스토리는 실력과 함께 중요한 평가지표가 된다. 서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이러한 오디션프로그램의 인기를 바라보며 떠오르는 한 편의 중동영화가 있다. <노래로 쏘아올린 기적>. 2013년 중동에서 개최된 ‘Arab Idol’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팔레스타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우승을 거머쥔 무함마드 아사프에 관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오랜 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거주지 가자지구에 살고 있는 어린 아사프는 누나와 함께 이집트 카이로 오페라하우스에서 연주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 생계를 꾸려 가기도 힘든 상황에서 악기를 마련할 돈조차 없는 상황, 그러나 아사프와 친구들은 음악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는다. 누나의 죽음으로 한 때 꿈을 포기하기도 했던 아사프는 이집트에서 열리는 오디션 프로그램 ‘Arab Idol’에 참가하기 위해 인생을 건 최대의 모험을 감행한다. 이스라엘 당국의 허가없이 팔레스타인사람들의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가자지구를 벗어나 불법으로 이집트에 입국하려는 것이다. 영화는 아사프의 우승으로 해피엔딩의 서사를 마무리한다.
여느 영화에나 나옴 직한 역경을 뚫고 성공한다는 뻔한 진부함이 이 영화의 관전포인트는 아니다. 우리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를 통해 중동에서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인 팔레스타인-이스라엘문제를 직시할 수 있다.
전 세계에 흩어져 차별과 핍박을 받던 디아스포라의 유대민족이 1948년 약속의 땅 팔레스타인에 이스라엘을 건국한다. 조상대대로 유대인들이 꿈꿔왔던 꿈이 이뤄지는 역사적 순간이 그 땅에 살고 있던 아랍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분노와 상실과 투쟁의 역사의 서막이 된 것이다.
현재 이스라엘내에 팔레스타인사람들의 거주지는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두 곳으로 획정됐고 지난 60년의 세월동안 전쟁과 투쟁으로 얼룩진 팔레스타인의 삶의 여정은 비참하기 이를 데 없다. 영화 속 순진무구한 아이들의 모습 뒤로 폐허가 된 도시, 전쟁에서 팔, 다리를 잃은 사람들, 언제 떨어질 지 모르는 포탄의 긴박함이 펼쳐지고, 중동전문가로서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안타까움을 넘은 상실로 향한다.
오디션 우승자 무함마드 아사프의 말은 필자의 가슴을 더욱 먹먹하게 만든다. “혁명은 총을 든 사람만의 것이 아닙니다. 저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대표해 나의 음악과 메시지를 통해 싸웁니다.”
김수완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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