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로컬 푸드’

인류의 탄생 이후 19세기까지 지구 상의 인간은 대부분이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에 의존하는 자급자족의 삶을 살아왔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늘어나는 인구가 먹고사는데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사회의 고도화로 도시와 농촌이 분리되고 소비와 생산이 이원화되자 사람들은 점차 도시에서 먼 거리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소비하게 됐다. 1950년대를 전후로 세계의 농산물 무역이 활발해지고 교역량도 점차 늘어났다. 단순한 국가차원의 식량 조달에서 나아가 다양한 품목의 농산물 시장이 형성됐고, 현대에 들어서면서 농산물의 생산과 식품유통을 장악한 거대 농업자본과 글로벌 푸드가 출현하기에 이르렀다.

“세상에 굶어 죽는 사람보다도, 잘못 먹고 죽는 사람이 부지기수다”라는 말이 있다.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정체를 모를 식품을 먹고 죽거나 상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먹거리 세태를 꼬집는 말이다.

먹고사는 문제는 개인과 국가의 생존을 위한 첫째 조건이다. 농업의 실패는 식량주권과 식량안보를 상실하는 것이며 국가의 생존과도 직결된다. 근래에 들어와 농업이라는 단어는 사람들의 귀에 못이 박인지 오래다. 그러나 농업과 농촌이 국가의 지속가능성의 한 축을 지탱한다는 대명제는 수긍하면서도 위기에 처한 농업 문제의 현실 앞에서 국가는 무기력하고 개인들은 무관심하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농업과 농촌이 직면한 문제를 농업이 아닌 먹거리의 문제로 접근하게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도시와 농촌이라는 이원적인 사회구조의 골칫거리가 아닌 운명 공동체의 안전한 먹거리와 지속 가능한 식량주권의 확보라는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된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농업 문제는 종갓집 제사를 내려놓지 못하는 종손만의 고민과도 같았다. 하지만 농업을 안전한 먹거리와 환경의 문제로 인식하고 시민들이 소비자의 입장에 서게 된다면 농업은 내 식탁 위의 일로 변하게 된다. 이것이 로컬 푸드 운동이 태동한 이유다.

로컬 푸드는 세계의 식량체계에서 농민과 소비자의 소외를 해결하자는 문제 인식에서 출발했다. 로컬 푸드는 세상을 떠돌면서 지친 익명의 먹거리가 아닌 내가 사는 지역에서 생산된 먹거리를 소비함으로써, 우리 식탁의 식품안전을 지키고 소비자가 지출한 비용이 생산자에게 돌아가게 하며 식품의 이동에서 발생하는 환경부담도 줄이자는 것이다.

안동희 여주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공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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