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손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습니다”
본격적인 추위와 함께 ‘일감 경쟁’이 치열해지는 겨울이 시작됐지만, 코로나19 확산 속 외국인 일손이 자취를 감추면서 인력시장은 더 꽁꽁 얼어붙었다.
지난 3일 오전 4시께 영하 7도의 한파가 몰아치는 안양시 동안구의 한 인력사무소. 통상 겨울이 되면 일거리가 줄어 들어 일감 확보가 어렵지만, 인력사무소 앞은 비교적 한산했다. 이내 두꺼운 패딩으로 무장을 마친 작업자 몇몇이 모습을 드러내나 했더니 그 행렬은 30명도 채 되지 않아 끝이 나버렸다.
사무실 벽에 달린 시계가 오전 5시를 가리키자, 사무실에 모인 사람들의 이름이 하나 둘 호명되기 시작했다. 원하는 일감을 따내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는 장면 따위는 없었다. 출석 없이 현장으로 바로 떠난 인원까지 이날 인력사무소에서 보낸 인력은 130명 안팎. 지난해 이맘때의 절반 수준이다.
인력사무소 대표 최효범씨는 “아무리 건설 경기가 불황이라지만, 거래처에선 인력 요청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며 “다만 외국인을 비롯한 일손이 줄면서 70~80%도 간신히 소화 중”이라고 푸념했다. 최씨의 말대로 이날 일감을 기다리던 노동자들 중 외국인은 중국 동포 3명뿐이었다.
일손이 부족해진 건 코로나19 장기화로 외국인 노동자가 자취를 감춘 탓으로 분석된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고용허가제(E-9), 방문취업(H-2) 등 자격으로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노동자는 35만2천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8만명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고용허가제는 취업 절차를 밟은 외국인이 산업 또는 농어촌 현장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이주노동자의 입국 통제를 강화했고, 이후 매년 5만명씩 신규 입국하던 수가 지난해 6천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정부는 이 같은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달 초부터 다시 통제를 풀었지만, 비자 발급에 한 달가량 소요되고 있어 아직까지 현장에선 별다른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부 측은 방역 당국과 ‘오미크론’ 관련 문제를 논의하는 한편 당분간 입국 완화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건설현장에서 인력이 부족한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외국인 노동자가 들어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격리기간을 늘려 감염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통해 인력 수급을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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