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사창리 공장개발로 마을神 벌목…주민들 반발

화성 양감면 사창리 주민들이 마을신으로 섬겨왔던 고목이 공장개발로 베어지자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양감면 사창리 산 107번지에 위치한 5~6㎡ 규모의 사당 내부. 김영호기자

“100여년 이상 ‘마을 신(神)’으로 섬겨왔던 고목과 신당을 없앤다는 게 말이 됩니까”

화성 양감면 사창리 주민들이 공장개발로 마을신으로 섬겨왔던 고목이 베어지자 반발하고 나섰다.

주민 100여명은 마을신을 모시던 사당까지 철거될 위기에 놓이자 시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8일 화성시와 주민들에 따르면 A신탁은 지난해 12월29일 양감면 사창리 산 107번지 2만7천여㎡에 연면적 1만5천여㎡ 규모 자동차 관련 공장 건립을 위한 개발행위허가를 신청, 지난 7월28일 허가받았다. 이후 A신탁은 해당 부지에 대한 벌목작업을 진행, 현재 토목공사 중이다.

하지만 A신탁이 벌목작업을 진행하면서 주민들이 마을신으로 모셔왔던 상수리나무와 아카시아나무도 함께 베어냈다.

이 두 나무는 최소 100년 이상 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사창리 마을 3곳 주민들은 나무 뒤에 사당(祠堂)까지 지어 섬겨왔다.

사당은 움막 형태로 존재하다 지난 1980년 주민들이 성금을 모아 개축(벽돌 및 기와지붕)했으며 5~6㎡ 규모로 제단을 갖추고 있다.

2~3. 화성 양감면 사창리 주민들이 마을신으로 섬겨왔던 고목이 공장개발로 베어지자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주민들이 100여년 이상 마을신으로 섬겨왔던 고목. 김영호기자
2~3. 화성 양감면 사창리 주민들이 마을신으로 섬겨왔던 고목이 공장개발로 베어지자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주민들이 100여년 이상 마을신으로 섬겨왔던 고목. 김영호기자

주민 100여명은 매년 음력 11월5일 마을의 건강과 안녕 등을 비는 제사를 지내고 있다.

A신탁은 나무 벌목에 이어 사당까지 철거할 예정이다.

이에 주민들은 지난달 9일 100여명의 서명을 받아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시 허가민원과에 제출했다.

주민들은 진정서를 통해 벌목한 마을신을 대체할 고목 2그루 식재, 사당 이전 건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시는 지난달 10일 사업시행자인 A신탁에게 주민들과 사당이전에 대한 원만한 협의를 진행한 뒤 공사를 진행하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사창리에 사는 예종호 어르신(90)은 “마을신인 나무와 사당은 내가 태어나기 전 할아버지 때부터 있었다”며 “개발논리에 밀려 마을을 지켜주던 나무와 사당 등이 사라지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 호소했다.

A신탁 관계자는 “베어진 나무가 주민들에게 소중한 나무인 줄 몰랐다”며 “주민들과 협의, 베어버린 나무를 대체할 고목과 사당 이전 등을 약속한 상태“라고 대답했다.

시 관계자는 “개발행위허가 승인 당시 주민들과 사당에 대해 협의한 후 착공하라는 조건을 붙였었다”며 “하지만 개인 소유인 나무에 대해선 따로 조건을 두지 않아 이런 일이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2~3. 화성 양감면 사창리 주민들이 마을신으로 섬겨왔던 고목이 공장개발로 베어지자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주민들이 100여년 이상 마을신으로 섬겨왔던 고목. 김영호기자
2~3. 화성 양감면 사창리 주민들이 마을신으로 섬겨왔던 고목이 공장개발로 베어지자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주민들이 100여년 이상 마을신으로 섬겨왔던 고목. 김영호기자

화성=박수철ㆍ김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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