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위드 코로나, 그래도 계속돼야 한다

김규태 사회부장 kkt@kyeonggi.com
기자페이지

지난해 구정 연휴였다. 어머니 집에서 형님네 가족과 우리 가족은 뉴스를 보며 늦은 점심을 먹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메인 뉴스도 아니었다. 하단 바(bar)에 ‘우한 바이러스 국내 첫 확인’이라는 짤막한 한 줄짜리 제목이 흘러 지나갔다. 우리 가족은 “우한 바이러스는 또 뭐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우리 일상을 송두리째 바꾼 코로나19와의 첫 만남이었다.

그리고 700일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7천명을 넘어섰다. 연말까지 하루 1만명도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1일 시작된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의 여파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생한 새로운 변이 오미크론까지 더해져 코로나19 제2의 공포는 다시 우리를 옥죄어 오고 있다.

▶한동안 대한민국 사회에서 ‘패싱’이라는 말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누가 누구를 패싱했다”는 말은 한마디로 그 대상을 무시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런 패싱이 코로나19에도 적용됐다. 2~3천명에 육박하던 일일 신규 확진자는 슬그머니 5천명대를 기록하더니 6천이라는 수치를 패싱하고, 7천명을 돌파했다. 그리고 그 숫자는 떨어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다시 ‘통제’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8일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신규 확진자수를 의식하면서 “확진자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식당, 카페 등의 영업시간 제한 및 유흥업소 집합금지를 검토하는 등 어느 시점에 비상계획을 발동할지 상황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달 초순 기준으로 대한민국 18세 이상 성인의 91% 이상이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위드 코로나 역시 이 같은 백신 접종률을 바탕으로 시행됐고, 고령자를 제외한 대다수의 필부필녀(匹夫匹婦)는 그것이 돌파감염이든,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든 감기와 같은 느낌으로 코로나19를 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확실히 무력화하거나 잡을 수 없다면 같이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행 한달 남짓한 상황에서 슬그머니 통제 카드라니.

▶자영업자의 눈물은 이미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실이다. 코로나19는 대한민국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이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고, 삶은 엉망진창이 되도록 만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마지막 희망이 위드 코로나였다. 그것이 부스터샷이든, 먹는 치료제든 뭐든 좋다. “확진자가 늘지만 경상자가 대다수이고, 감기 바이러스와 비슷한 경험 후 종료된다”는 식의 정부 발표가 우선돼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은 현명하다. 충분히 인지하고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말이다. 또 한 번의 통제는 마지막 잡은 지푸라기에 불을 붙이는 꼴이 될 것이다. 희망은 함께할 때 피어나는 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 달라. 마지막 당부의 말이다.

김규태 사회부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