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멀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겨루면서 또다시 맞이할 크리스마스인지라 서로 안부를 묻고 은총을 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일지 모른다.
때마침 선거 캠페인이 무르익고 있어 후보들은 저마다 공약 보따리를 마련하며 선물처럼 풀어 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후보들은 각자 선물 상자의 효과에 더 치중하기도 하고, 선물 상자 속 내용물을 더 중시하기도 한다. 바야흐로 약속의 시간이요, 또 약속이 이뤄질 것이라고 믿어져야 하는 시간이다.
산타클로스는 선물이 있어야 제격이다. 장 보드리야르는 아이들은 곰곰이 생각해보지 않고 자신들이 받는 선물에 따라 산타클로스의 존재에 대해 믿거나 믿지 않거나 한다고 보고 아이가 산타클로스를 믿는 것만큼 사람들이 광고를 믿는 것을 ‘산타클로스 논리’라 말했다. 광고는 상품을 비로소 완성하고 상품의 복음을 작동시키는 요소가 있다고 본 것이다.
더욱이 자본주의 상업 광고는 구매자를 가리지 않는다. 상품을 살만한 이만을 겨냥하지 않고 누구나 고객으로 대우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상품을 구매할 수 없고 또 구매하지 않는 이들까지도 딱히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광고를 소비할 기회를 받는다. 따라서 광고는 누구에게나 소비될 수 있게 마련된 은총일 수 있고 누구든 구매자로 평등하게 대하는 민주주의적 지점이 있는 것이다.
선거 캠페인 역시 유권자를 원칙적으로 가리지 않는다. 누구나 어떤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잠재적 지지자로 존중받는다. 높은 지위에 오를 후보를 가장 낮은 곳으로 불러 저변에 있는 민의를 듣게 하는 최적의 시간이다. 후보와 정당은 자신의 공약을 다듬고 제시하기도 하고 또 자신을 최대로 뽐내고 자랑하는 최상의 시간이기도 하다.
선거 캠페인은 물론 상대방보다 더 많은 선택을 받는 것이 목표다. 선거 캠페인에서 이기려면 공약의 복음을 조목조목 말하는 내레이션이 필요하다. 하지만 많은 유권자들이 어떤 후보를 산타클로스로 믿게 만들기 위해서는 이미지, 카리스마 등 비합리적 요소의 힘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선거 캠페인은 계몽의 사업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반대로, 유권자 입장에서는 후보 선택을 비합리적 요소에 기대어 할 일은 아니다. 이미지나 카리스마 등에 가려질 수 있는 참모습을 살피고 공약의 복음을 따지는 사려 깊음이 있어야 한다. 후보가 더 많은 선택을 받기 위해 불가피하게 또는 의도적으로 하는 과장된 선물의 약속까지도 균형 있게 판단하는 냉정함이 요구된다.
원준호 한경대학교 교수·한국NGO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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