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이슬람 달력과 명절

2022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음양오행을 표시하는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십간(十干)과 열 두 동물을 가리키는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십이지(十二支)가 조합해 만들어지는 60개 간지(干支)인 60갑자 중 39번째인 임인년(壬寅年)이다. 임(壬)은 우주 만물을 이루는 5가지 원소인 오행(五行) 중 물(水)을, 5가지 방위를 뜻하는 오방(五方) 중에서 북쪽인 흑(黑)색으로, 여기에 열 두 동물 중 호랑이를 지칭하는 인(寅)이 결합해 ‘검은 호랑이’가 된 것이다. 검은 호랑이에 대한 민속학 자료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로 보면 검은 호랑이에 대한 관심은 전통 세시풍속이나 대중적 관심을 마케팅적으로 활용하려는 관련 업계의 시도로 최근 트렌드가 됐을 법하다.

임인년은 태음력(太陰曆)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달력은 해를 기준으로 하는 태양력(太陽曆)과 달의 움직임을 우선하는 태음력으로 나뉜다. 태양력은 일 년이 365년이고 태음력은 한 해가 태양력보다 11일 적은 354일이다. 그래서 보통 윤일(閏日)을 넣어 태양력과 맞추는데 이를 태음태양력이(太陰太陽曆)라 한다. 이와는 달리 이슬람권의 무슬림들이 사용하는 이슬람력은 태음력이지만 윤일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코란에 따르면 일 년은 12개월로 고정돼 있고, 윤일을 써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슬람을 창시한 무함마드가 622년 당시 메카에서 반대파의 박해를 피해 야스립(지금의 메디나)으로 옮겨가는데 이를 히즈라(hijrah)라고 하며 아랍어로 ‘이주(移住)’를 뜻한다. 이를 기준으로 622년 7월16일을 이슬람 달력인 히즈라력 원년 1월1일로 삼는다.

우리가 음력을 기준으로 설날, 추석 등을 공휴일로 정하듯 이슬람국가에서 다양한 의례, 행사, 축일 등은 이슬람력에 따라 행해진다. 이슬람의 명절은 크게 이드 알-피뜨르(Eid al-Fitr)와 이드 알-아드하(Eid al-Adha), 히즈라력 새해 그리고 이슬람 창시자인 사도 무함마드의 탄생일 등이 있다. 이드 알-피뜨르(단식종료축제)는 이슬람력 아홉 번째 달인 라마단 한 달 동안 단식을 마치고 행해지는 축제다. 두 번째 큰 축제인 이드 알-아드하는 이슬람력 12월 첫 주에 행하는 성지 순례를 마치면서 양을 잡는 희생제다. 이는 구약성경에서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뜻에 순종해 아들을 제물로 바치려 했을 때 그의 믿음을 확인한 하나님이 아들 대신 양을 제물로 삼은 기적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이슬람의 새해는 일 년이 354일인 태음력을 바탕으로 매년 앞당겨진다. 올해 이슬람력 새해는 7월30일께 이는 철저히 힐랄(hilal)이라는 육안으로 관찰되는 초승달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국가, 지역별로 초승달이 관측되는 시기에 따라 하루 정도 상이할 수 있다.

다른 문화와의 대면은 자신의 문화에 대한 의문과 호기심과 감수성을 회복시켜 준다.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며 타문화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있는 2022년을 기대해본다.

김수완 한국외국어대학교 융합인재학부 교수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