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멀리 와버렸다.
아무런 결말도 없이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서안양 친환경 융합(박달) 스마트밸리 조성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관련해서다.
지난해 12월28일 진행된 우선사업자선정 회의는 결과를 발표하지 못한 채 어느덧 해를 훌쩍 넘겼다. ‘불과 며칠밖에 안 됐는데 뭐 이리 호들갑이냐’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과 결과 공개를 비교해보면 ‘정말 이건 아니올시다’이다.
회의 당일 결과를 발표하는 건 기본이다. 공정성 때문이다. 이를 담보하기 위한 절차의 적법성과 투명성을 갖추는 것은 당연지사다. 더욱이 사업 규모가 수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공사라면 공정성은 더욱 중요해진다. 실제 이번 사업의 공모심사위원 후보자 등록 안내 공고에도 ‘2021년 12월28일 공모심사위원회를 개최해 심의 당일 평가 결과를 발표한다’라고 적시 돼 있다. 결과 발표 유보 사유가 심사위원들의 무자격 여부 때문이어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해진다.
여기에 안양도시공사 직원들의 추첨 심사위원 명단 반출 의혹까지 불거졌다. 10명의 심사위원을 최종 선발하는 과정에서 7명의 안양도시공사 직원들은 별다른 제재 없이 자유롭게 스마트폰 등을 사용했다. 각 컨소시엄의 대표격으로 참여한 이들의 핸드폰 반입이 금지된 것과 대조적이다.
앞선 지난해 9월 박달스마트밸리 조성사업에 대한 공모 과정에서 특혜 의혹이 제기된 이후, 안양도시공사는 재공모를 하기로 했다. 문제가 있었기에 재공모를 한 것이다. 이후 진행된 일련의 상황에서 또다시 불거진 문제다.
그런데도 안양도시공사는 일주일이 넘도록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갖가지 풍문이 떠돌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표적인 풍문 중 하나는 안양도시공사의 누군가가 목소리를 높이면서 빨리 결과 발표를 하자고 했단다. 지난해 12월31일에는 ‘해를 넘기면 안 되니 결과 발표를 하자’는 등등이다. 거의 우격다짐식이라는 양념도 곁들어 있다. 물론 말 그대로 풍문이니 비약이 있을 수도, 풍문에 불과할 수도 있다.
어쨌든 어수선하다. 만약 이 시점에서 안양도시공사가 결과를 발표해 특정 컨소시엄이 선정된다면 어떻게 될까. 감히 예단하건대 소송에 소송이 줄 이을 것이다. 떨어진 3개 컨소시엄에서는 그렇게 대응할 것이고, 선정된 컨소시엄과 안양도시공사는 사실상 한편이 돼서 3대 2의 지루한 법정 공방이 전개될 것이다. 수조 원에 달하는 사업이므로 소송당사자 누구도 법원의 판단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 자명하다. 해당 소송이 1심에서 끝날 리 만무한 이유다. 몇 년의 시간이 소송으로 얼룩지고 사업은 그동안 멈출 수밖에 없단 얘기다.
안양의 한 시의원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안양시와 도시공사는 대규모 개발사업의 경험과 전문성 부족 등 총체적 문제점이 드러냈다”라며 “두 차례에 걸친 실책 행정으로 시와 도시공사의 공신력과 사업 공정성에 문제가 야기된 만큼 담당자들에게 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모든 것이 뒤엉켜 있지만, 아직은 늦지 않았다. ‘공정’이라는 기치의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이명관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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