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규정 어긴 채 설치된 실외기…보행자 ‘불편’

▲화성시 진안동 한 음식점의 에어컨 실외기가 규정에 맞지 않게 설치돼있다.
화성시 진안동 한 음식점의 에어컨 실외기가 규정에 맞지 않게 설치돼있다.

경기도내 상가밀집지역 등 곳곳의 실외기가 규정에 맞지 않게 무분별하게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 제23조에는 실외기는 도로면으로부터 2m 이상 높이에 설치돼거나, 실외기에서 나오는 열기가 인근 건축물의 거주자나 보행자에게 직접 닿으면 안되게 조치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본보가 도내 일부 상가밀집지역을 돌아본 결과, 규정에 어긋난 채 설치된 실외기가 보행자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1일 오전 9시30분께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한 상가 뒷편 출입구 앞. 현행법상 실외기는 2m 이상 높이에 설치돼야 하지만 이곳 6대 실외기는 어떠한 바람막이나 바람의 방향을 바꾸는 장치도 장착하지 않은 채 지상에 설치돼 있었다. 어른 키 높이만 한 대형 실외기도 이중으로 쌓아 놓아 매캐한 냄새를 풀풀 풍기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상가 손님들이 실외기 주변을 흡연 장소로 이용하면서 담배꽁초가 실외기 주변에 버려져 있어 자칫 화재 발생 시 큰 사고로 이어질 위험도 있었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3년간(2019~2021년) 경기지역에서 발생한 실외기 화재는 총 101건으로 2억2천184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같은 날 오후 화성시 진안동의 상황도 매한가지. 중심상가 일대에선 실외기 열기가 보행자에게 닿으면 안된다는 규정을 무시한 채 실외기 4대가 보행자들이 지나다니는 도로 옆에 1m가량 높이에 놓여져있어 이곳을 지나는 시민은 짜증 섞인 표정으로 손사레 치며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실외기 열기 방향 전환 장치는 커녕 규정에 맞지 않은 높이에 설치되면서 먼지 가득한 퀘퀘한 바람이 시민의 마스크를 뚫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곳을 지나던 나종범씨(28)는 “실외기 바람이 불어오면 먼지를 들이마시는 것 같아 매우 불쾌하다”며 “아이들도 많이 지나다니는 곳인데 방향을 바꾸거나 다른 곳에 설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이 규정에 어긋난 실외기가 무분별하게 설치되고 있지만 지자체는 이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는 데다 인력 부족 등 이유로 단속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팔달구청이 지난해 실외기 관련 민원 접수로 현장 점검을 나간 횟수는 10회 미만으로 확인됐으며, 화성시 진안동을 담당하는 동부출장소의 경우 지난해 현장 점검을 단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각 지자체 관계자는 “인력 부족 등 이유로 민원 위주로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며 “실외기 관련 민원이 제기되면 현장 점검을 통해 보행자가 불편을 겪지 않도록 적극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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