氷速, 베이징 메달 4개는 ‘기적’…미래 전망은 ‘암운’

제갈성렬 “불가능을 극복한 쾌거…열악한 환경 개선·저변확대 없이는 앞으로 메달 기대 어려워”

제갈성렬 의정부시청 총감독
제갈성렬 의정부시청 총감독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스피드스케이팅이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획득한 것에 대해 경기도 내 빙상인들은 선수와 지도자들이 피땀흘려 이뤄낸 기적 같은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서 스피드스케이팅은 남자 ‘단거리 간판’ 차민규(29·의정부시청)가 500m에서 2회 연속 은메달을 획득했고, 매스스타트에선 ‘기대주’ 정재원(21·의정부시청)과 ‘베테랑’ 이승훈(34·IHQ)이 은·동메달을 따냈다. 남자 1천500m에서는 ‘중거리 에이스’ 김민석(23·성남시청)이 아시아 선수 최초 2회 연속 동메달 질주를 펼쳤다.

직전인 2018년 평창 대회(금1 은4 동2)와 2010년 밴쿠버 대회(금3 은2)에 이은 역대 3번째로 많은 스피드스케이팅 메달 획득이다.

이와 관련 베이징 현지에서 경기를 지켜보며 해설한 제갈성렬 의정부시청 총감독(52)은 ‘불가능을 극복한 쾌거’라면서도 국내 스피드스케이팅계의 현실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한 뼈아픈 지적을 했다.

제갈 감독은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우리 선수들이 획득한 메달은 금메달 이상의 가치가 있다. 국가대표 선수가 마음놓고 훈련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라며 “저변층도 얇아지고 있어 앞으로 5~6년 뒤에는 세계적인 선수의 배출도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 이유로 한국 빙상의 스타 산실이었던 태릉국제스케이트장 인근이 조성왕릉 권역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2024년 철거를 앞두고 있음에도 아직 대체 시설 건립 후보지 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꼽았다. 2018년부터 ‘빙상 메카’ 의정부시가 대체 시설 유치를 위해 경기장 부지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또한 국내에 단 2개 뿐인 국제규격 빙상장을 선수들이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것도 문제다. 이번 대회 메달리스트인 정재원과 김민석은 올림픽 직후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하루 40분 훈련하는 날도 이었다”면서 경기장 이용의 어려움으로 훈련시간이 턱없이 부족했음을 털어놓았다.

제갈성렬 감독은 선수 저변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도 걱정했다. 현재 국내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는 초등학교부터 실업팀까지 모두 합해야 350~400여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부족한 인프라 등 열학한 환경에다 운동선수에 대한 각종 규제로 인해 스케이트를 타는 선수들이 줄어들고 있어서다.

제갈성렬 감독은 “현재와 같은 국내 빙상계 상황이 이어진다면 다음 올림픽부터는 우리 선수들의 메달 획득 모습을 볼수 없을 수도 있다. 정부와 대한체육회, 지자체 차원의 빙상 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선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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