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14] 선거운동 물품·인건비 10년 전 그대로…한파에도 3만원짜리 솜외투로 ‘덜덜’

제20대 대통령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한 지난 15일부터 A정당에서 선거운동원으로 일하는 B씨(40)는 매일 새벽 출근길 유세 현장이 곤욕이다. 새벽마다 영하의 날씨지만, B씨가 입고 있는 선거운동용 외투가 3만원짜리 얇은 솜패딩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내복 등 안에 5벌을 껴입어도 외투를 뚫고 들어온 칼바람에 30분만 지나도 몸이 덜덜 떨린다.

이렇게 하루 8시간을 길거리에서 선거운동을 하는데도 인건비는 식비와 교통비 등을 모두 포함해도 고작 1일 7만원에 그친다. 최저시급(1시간 9천16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이 때문에 선거운동원들이 단 1일만에 그만두는 일이 빈번할 뿐만 아니라, 각 정당에서 선거운동원을 구하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다.

선거운동의 일부 물품 구입 비용과 인건비 등이 10년 전 18대 대선 때와 같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 관련 규정 등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공직선거관리규칙 제33조 등이 규정하고 있는 선거 물품에서 겉옷은 3만원 이내에서 사야 한다. 이는 지난 2012년 개정 당시 내용과 같다. 또 대형버스(45인승)의 1일 임대료는 2012년 37만5천원에서 현재 35만4천원으로 되레 감소했다.

특히 선거운동원의 1일 인건비도 10년 전과 똑같은 7만원이다.

그러나 통계청의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 10년간 물가는 총 14.1%나 올랐다.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총액은 지난 2012년 299만5천원에서 2021년 8월 기준 371만3천원으로 23.9% 증가했다.

한 정당 관계자는 “일부 물품비나 인건비가 너무 비현실적”이라며 “해마다 물가도 2~3%씩 오르는데, 일부 선거비용은 제자리”라고 했다.

이와 관련,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비용을 덜 쓰고 깨끗한 선거를 하겠다는 취지의 물품·인건비 규정이 있는건데, 국민정서를 고려하다보니 물가만큼 따라가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대로 된 선거 문화 정책을 위해 선거법이 현실성 있게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김보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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